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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frame)은 사전적 의미로 테두리, 창틀. 액자를 말한다. 건축물 등의 기본 구조, 생명체나 기계장치 등의 골격 구조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프레임은 미국 UC버클리대학의 인지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정립한 개념으로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떤 것을 말할 때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떻게 동작하고, 옳은 지, 그른지 등 대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하게 된다. 그 해석이 맞을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이 사실인 것으로 믿고 살아간다. 즉, 프레임은 개인의 인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일 뿐 객관적인 사실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그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제목대로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머릿 속에는 ‘코끼리’라는 프레임이 작동해 저절로 떠오른다. 아무리 애를 써도 코끼리만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인지구조를 조작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라는 얘기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 ‘프레임의 법칙’이다.
#2
이를 설명해 주는 예시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여씨춘추’ 등에 소개된 공자와 그의 제자 안회의 일화다. 제자들과 함께 진나라로 가던 공자는 돈이 떨어져 일주일이 넘도록 쌀 한 톨 입에 넣지 못했다.
다행히 안회가 쌀을 구해와 밥을 짓고 있는데 공자가 문득 부엌을 내다보니 안회가 솥을 열고 밥을 집어먹고 있었다. 이를 모른 척한 공자는 안회가 밥상을 차려오자 “조금 전 낮잠을 자다가 꿈에서 아버님을 뵈었다. 먼저 아버님께 제사를 올린 뒤에 식사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안회는 놀라며 “안 됩니다. 아까 뜸이 잘 들었나 보려고 솥을 열었을 때 천장 그을음이 떨어졌습니다. 밥을 버리는 것이 상서롭지 못해 걷어내어 먹었으니 제사에 쓸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안회를 오해한 것을 안 공자는 탄식하며 “내가 그동안 눈으로 본 것은 믿어 왔지만 그 것도 이제는 완전히 믿을 게 못 되는구나. 그동안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의지해 왔지만 완전하게 의지할 수는 없구나.너희들은 직접 보고 들었다 해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동방의 등불’이라고 한국을 예찬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어느 날, 집안 일을 봐주는 하인이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출근하지 않자 화가 났다.
오후 늦게 모습을 드러낸 하인에게 타고르는 다짜고짜 자기의 집에서 나갈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자, 짐을 챙겨 가지고 나가던 하인은 마지막 인사를 올린 후 “정말 죄송합니다. 어젯밤 제 딸이 죽어 아침에 묻고 오는 길입니다.”
타고르는 하인의 말을 듣고 경솔했던 자신을 크게 책망하고 그 이후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방의 사정을 알아보지 않고는 남을 탓 하거나 독단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3
이처럼 관점의 틀인 프레임은 개인의 인생사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사회공동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사람이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 없어 어느 누구도 관점과 가치관을 완전히 배제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현상을 관찰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분법적 프레임이 극단적으로 형성돼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펼쳐왔던 ‘진보 VS 보수’라는 프레임 전쟁이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시도때도 없이 전개되면서 전 국민이 여기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근거없는 그럴싸한 SNS까지 편승하면서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등에 부합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나머지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인 확증편향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명확한 진실을 들이대도 자신들의 프레임에 부합되지 않으면 해괴한 논리로 반박하며 여지없이 무시한다. 또 자기편이면 무조건 감싸고 상대편은 덮어놓고 물어뜯는 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
코로나 19이후 전 세계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그 어느 때보다 극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패배하는 나라는 도태되고 만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경기둔화와 수출을 견인해오던 반도체 시장 불황 등으로 무역수지가 1997년 5월이후 처음으로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이고 있다.
무역수지가 위기라는 경고음을 계속해서 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는 그들만의 프레임에 갇혀 물어뜯기만 하다 자멸할 것인가. 이들의 각성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