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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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고선주 문화특집부장

고선주 부장
[데스크칼럼] 역대 광주비엔날레 시즌이 되면 국내외 저명 미술계 인사들이 주목을 받았다.

광주를 찾은 미술계 저명 인사들의 면면에서 광주비엔날레가 갖는 위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국내외 저명 미술계 인사들이 대거 광주를 찾았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개막식 무대에 올랐다. 프란시스 모리스(Frances Morris) 테이트 모던 관장을 비롯해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기예프(Carolyn Christov-Bakargiev)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장, 마미 카타오카(Mami Kataoka) 모리미술관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윤재갑 독립큐레이터(중국 상하이 하우 아트 뮤지엄 관장) 등이 그들이다.

여기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인 헤라 뷔육타쉬즈안(Hera Buykttasciyan), 고이즈미 메이로(Meiro Koizumi), 압바스 아크하반(Abbas Akhavan),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 등 비엔날레가 아니면 쉽게 만나보기 힘든 작가들까지 광주에 집결했다.

더욱이 파빌리온 프로젝트(국가관) 관계자들 역시 뒤쳐지지 않았다. 이강하미술관에 들어선 캐나다관을 찾은 타마라 모휘니(Tamara Mawhinney) 캐나다 대사관 대사대리와 전시기획을 맡은 윌리엄 허프만 큐레이터(William Huffman), 양림미술관에 들어선 스위스관을 찾은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Dagmar Schmidt Tartagli) 주한 스위스 대사 및 기획자인 천경우 교수(중앙대 사진학과), 이탈리아관이 들어선 동곡미술관에서 만난 미래가 촉망되는 청년 작가 카밀라 알베르티(Camilla Alberti), 네덜란드관이 들어선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만난 작가 라다 드수자(Radha Dsouza) 인도계 변호사이자 활동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미술계 인사들이 넘쳐났다.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미술계를 주름잡는 인사들이기에 그들이 광주에서 무엇을 보았을까는 대개 궁금해진 내용이다.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이들 역시 사람이다. 잔칫상이 성대하면 사람들이 몰리듯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단순하게 음식이 화려하고 그 종류가 많다고 해서 몰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음식이 화려하고 그 종류가 많아 몰리는 경우는 조금만 그로부터 균열이 일면 금방 소문이 나 사람들 발길이 끊어질 것은 자명하다. 유명 식당이라 하더라도 반찬 등 음식 가지수만 많지, 먹을 것이 없다면 누가 다시 찾겠는가. 단순히 수량이 내용이라고 하는 본질을 좌지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전시장 순례로만 광주방문을 끝냈다면 별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결과다. 캐나다 타마라 모휘니 대사대리의 경우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고, 이강하 화가 묘소를 참배했다고 한다.

아울러 양림동을 둘러보던 외지방문객들은 이곳이 서울의 북촌같은 곳 혹은 익선동 같은 곳이냐 물어왔다. 이들이 광주를 기억할 때 이 기억을 소환하면 다시 광주를 찾는 매개가 될 것이다. 이같은 기억들이 많아질 때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광주와 광주미술을 재탐색할 것이다. 광주에 왔지만 딱히 갈만한 곳이 없어 타지역을 찾는다면 광주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셈이 된다. 가뜩이나 전통과 현대의 부조화로 인해 문화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이 작금의 광주 현실이다.

내년이 광주비엔날레 창립 30년이 되는 해다. 이 시점에서 세계미술계 트렌드 중 하나인 폐공장 부지 활용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임동 방직공장 부지다. 전남방직은 개발을 피하지 못할 듯 보이기에 일신 방직공장 부지에 들어선 건축물을 활용해 현재 예정돼 있는 신축 전시장은 신축대로 추진하되, ‘광주비엔날레 임동 전시장’을 구축하기를 제안한다.

광주의 역사성을 담보하고 있는 공간이라서 저명 인사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광주비엔날레 입장에서도 세계적 트렌드의 하나인 임동 전시장을 확보함으로써 광주스토리를 더할 수 있어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는 개발의 모습들만으로 미래 경쟁이 치열해지는 문화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문화적으로 융성한 도시들을 보면 전통을 위시로 역사의 흔적을 지우기 보다는 그것을 보존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 나가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지우는 데 너무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봐야 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국내외 저명 인사들이 광주에서 더 많은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 토대 마련은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광주와 광주미술은 이 숙제를 풀어내야 하지 않을까.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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