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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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하고 싶은 이야기 꿋꿋하게 쓰겠다"
김진표

김진표 소설 당선자(★안경 반사 다시 사진 의뢰 요망)
마침표를 찍은 내 글들에는 항상 태그가 붙어있었다. 내가 쓴 글이 과연? 남이 보기엔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그것이다. 신춘문예 제출을 위해 원고를 출력하고 봉투에 넣어 우체국으로 갈 때도 난 나의 글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당선 전화를 받고 나서야 드디어 글에 붙은 태그가 뜯어진 기분이 들었다.

소감을 쓰려고 하니 문득 어쩌다 내 취미가 글쓰기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답을 찾으려 되돌아간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엔 정말 보고 싶었지만 도무지 볼 방법이 없던 한 단편영화의 스틸컷 4장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미지를 바탕으로 영화의 내용을 상상해서 썼던 첫 단편이 있다. 이야기를 구상하고 단순한 이미지를 단순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재미가 조금만 덜 강렬했더라면 그냥 흘러간 취미로 남았을 것 같다.

스트레스, 압박감, 망가진 글 앞에서 ‘이건 그냥 취미일 뿐이잖아.’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자기합리화.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이다. 이런 부정적이고 답답한 단어들의 나열에도 글쓰기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탈고의 기쁨이나 물 흐르듯이 써질 때의 만족감 같은 것들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 글 쓰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엉성한 플롯에 얼굴을 찡그리고, 마땅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쓰기 싫다고 하면서도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3년간은 글쓰기가 아닌 현생에 지쳐 글을 쓰지 않았다. 오랜 습관이라는 것 때문에 가끔 억지로라도 키보드에 손을 올릴 때도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올가을 다시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을 때, 어떻게 했더라? 라는 막막함이 들었음에도 단편 하나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글쓰기가 지금껏 조그마한 끄트머리라도 나를 붙잡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맙게도.

이번 당선을 통해 위에 펼친 단어들의 감정에 기쁘게 다시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꿋꿋하게 써야겠다. 그 이야기를 마주칠 사람들에게 잠깐의 고요를 안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딱히 보일 사람이 없어 스스로 깎아내고 다듬은 글에 붙은 태그를 떼어주신 심사위원과 광남일보에게 감사드린다.







●약력

△전남 여수 출생 △공주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광양교육지원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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