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읽기]K라면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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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의 세상읽기]K라면의 변신은 무죄

김상훈 뉴미디어문화본부장

#1.
라면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민간식이다. 2022년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77개에 이를 정도다. 4·8일마다 한 개씩 소비하는 것이다.

라면 한 가닥의 길이는 약 65cm로 한 봉지에는 보통 75가닥의 꼬불꼬불 면발이 들어가 있어 총 길이는 50m에 이른다고 한다.

면발이 꼬불꼬불한 이유는 긴 면발보다 작은 봉지에 넣기 용이하고 잘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조리 시간이 단축되고 면이 쫄깃쫄깃해 맛도 더 좋은데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기름을 흡수해 잘 튀겨진다고 한다.

특히 면의 수분 함량이 10% 이하(대부분은 4~8% 정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미생물이 번식하기 어려워 오랜기간 보관도 용이하다.

이같은 장점(?)을 지닌 라면은 원래 중국의 납면(拉麵, 중국 발음 라미엔)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납면은 ‘끌어당겨 만든 면’이라는 뜻으로 수타자장면같이 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길게 뽑아낸 것을 말한다.

중국의 라미엔이 일본에 알려진 것은 1894년 청일전쟁 후 중국인이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부터다.

이 때부터 일본에서는 중국식 라미엔에 일본 맛이 더해져 일본식 라멘이 유행했다.

이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는 1958년 8월 25일 현대식 라면의 효시인 ‘치킨라멘’을 개발했다.

당시 안도가 설립한 식품회사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후 심각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수 면발에 간단한 양념 국물을 섞은 ‘아지스케’면을 판매했다.

하지만 면 자체에 양념을 가미한 아지스케면은 시일이 지나면 쉽게 변질돼 1960년 설립된 묘조식품(明星食品)이라는 회사가 이를 보완해 1961년 현재와 같은 분말스프를 첨가한 라면을 첫 생산, 오늘날 라면의 모태가 됐다고 한다.

#2.

한국 1호 라면은 원조 국가인 일본보다 5년 늦은 1963년 9월 15일 출시된 삼양라면이다. 이 라면의 탄생에는 지금은 작고한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의 공이 크다고 한다.

전 회장은 1960년대 초 서울 남대문 시장을 지나다 사람들이 한 그릇에 5원 하는 꿀꿀이 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을 보고 무엇보다 식량난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해외시장 조사를 하던 중 일본이 패전 후 식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보게 됐고 라면이 그 해결책이라고 판단, 정부로부터 5만 달러를 빌려 일본 묘조식품의 라면 제조 기술 및 기계를 도입해 우리나라 토종 1호 라면을 탄생시켰다.

당시 라면 가격은 중량 100g에 10원으로 커피 한 잔에 35원, 김치찌개가 3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쌀 중심의 식생활을 바꾸기 쉽지 않고 닭 육수의 담백한 국물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는데다 특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운오리새끼’였던 라면은 1965년 정부가 밀가루 소비를 권하기 위해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넣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맛이 추가되자 판매가 늘기 시작하며 국민들의 일상속에 파고들었다. 1965년 농심(옛 롯데공업), 1983년 팔도(당시 한국야구르트), 1987년 오뚜기 등 라면의 가능성을 본 식품회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라면이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대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식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3.

1980년대에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라면시장이 점차 커졌고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거치면서 라면업계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2000년 이후에는 라면 기업뿐 아니라 유통 업체도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선보이며 라면 종류는 더 다양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우리 일상에 빠질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영화, 드라마,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인해 한국 라면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 세계 인기 음식이 됐고 해외 수요도 급증했다.

실제로 지난 한해 라면 수출액이 9억 5200만 달러(1조2813억 여원)로, 전년대비 1억 8700만 달러(24.4%) 증가하며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9년 연속 최대 수출기록까지 경신했다

수출물량 역시 24만 4000톤으로 역대 최대이며 이는 봉지면 약 20억 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라면의 수출국가 역시 역대 최다인 132개국으로 수출됐으며 특히 중국ㆍ미국ㆍ네덜란드 상위 3국을 포함한 절반이 넘는 73개국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한때 미운오리새끼였던 라면이 매년 사상 최대치의 수출액을 경신하며 경기 침체기에 빠진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끄는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한때 미운오리새끼였던 라면이 매년 사상 최대치의 수출액을 경신하며 경기 침체기에 빠진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끄는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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