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국립 전남의대 설립,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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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국립 전남의대 설립, 마지막 기회다

최현수 편집국장

[편집국에서] 전남지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명이다. OECD 국가 평균 3.7명, 대한민국 평균 2.5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환자 전원율은 전국평균이 4.7%인데 반해 전남은 9.7%로 2배가 넘는다. 노동자 1만명 당 산재 사고사망자 수도 전국 평균의 1.6배다. 전남의 의료현실은 붕괴 직전이다. 그동안 전남 환자는 광주에 위치한 대학병원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에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럼에도 전남지역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립 의과대학’이 없다.

전남 의대 설립은 200만 도민의 30년 넘은 숙원사업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자 ‘골든타임’이다. 때를 놓치면 쉽게 될 일도 안된다.

전남도는 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해 1990년부터 의대 유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의대 신설을 건의하고 촉구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실제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전남의대 설립을 대선 공약으로 밝혔지만 약속을 지켜지지 않았다. 전남 의대 필요성을 절감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정원 확대가 유보되며 또다시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전남 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의대 설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스럽게도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전남도에서 의견을 수렴해 대학을 선정해주면 전남권 의대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남도에서 대학을 정하면 임기 중에 의대 설립 추진하겠다는 ‘조건부 약속’이다. 의대를 설립할 대학 한곳을 결정해주면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가 없는 전남에 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화하며 힘을 보탰다.

도민들은 환영했고, 기대도 컸다.

문제는 ‘설립할 의대 입지 선정’을 놓고 목포대의 서부권과 순천대의 동부권 유치 공방이 뜨겁다는 점이다.

섬 지역 등 의료환경이 열악한 서부권은 ‘목포대로 의대가 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동부권은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한 순천대가 적지’라고 강조한다.

의대 유치에 따른 동서 갈등은 총선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치인들이 본인 지역구에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의대 설립은 모두 공감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극단적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든 양상이다.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남도는 국립의대 공모에 흔들림 없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대학을 선정하고, 교육부에 추천대학을 건의하면 된다. 공모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면서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모를 통한 대학 선정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국립 전남의대 설립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올해 전남에 의대 정원을 배정 받는 일이다.

대학은 공모에 정정당당하게 참여해 결과에 승복하고, 하나된 목소리를 전남의대 설립을 정부에 촉구할 필요가 있다.

동부권은 ‘도의 공모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공모에 불참을 선언하고 독자추진에 나서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금처럼 ‘집안싸움’이 심화되면 도민의 34년 숙원인 전남 의대 설립은 아예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도민의 뜻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지역 우선주의’는 절대 안된다. 정치권의 불필요한 언쟁으로 인한 지역 갈라치기도 사라져야 한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좀 더 냉철한 대응이 필요하다.

전남의대 설립은 30여년 만에 찾아온 다시 없는 기회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동·서 갈등을 접고, 도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립 의대 유치에 올인해야 한다.

전남 의대가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가 아니라 전남에 의대 설립을 우선 확정하는 게 최우선이다. 공모에서 제외된 지역 대책은 차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30여년 넘게 국립의대가 없는 전남, 의대 설립은 전남도민들이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일이다. 국가도 지역의 갈등에 대해 뒷짐지고 불구경만 할 게 아니라 전남의대 설립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 지방소멸은 빨라지고 고령화는 가속화되는데 의료서비스마저 소외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다. 결국 180만 도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전남의대 설립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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