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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은 일본의 상황에서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각 지역 도서관들은 지역 소멸, 고령화 위기를 극복하는 자양분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들은 도서관을 건립하면서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예컨대, ‘다케오 도서관’은 도서관 안에 자리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특색을 입혀 많은 이목을 끌었다. 또 ‘츠타야 서점’은 서점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문화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런 색다름은 매년 외지인의 유입을 늘려 주변 숙박시설과 음식점의 매출이 증가하고, 젊은 인구 유입으로 고령화율 감소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시카와현립 도서관’ 역시 ‘체재형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도서관 어디든 자유롭게 대화하며 책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사람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됐다.
# 지난해 서울과 대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작은도서관’을 없앤다고 해서 시끄러웠다. 시민들은 “결국 책 읽고 사고하는 시민들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자체는 예산 삭감 이유로 이용객 수 감소를 들었다. 운영비 지원이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삭감된 예산을 다시 편성했지만 씁쓸함이 남는다.
더불어 기시감이 든다. 취업률이 낮다며 순수학문을 홀대하고 기초과학 관련 학과를 없애는 우리 대학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순수학문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초과학은 응용과학과 산업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는 학문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홀대를 받는다. 오로지 취업률, 사회적 부와 명성, 눈앞의 단기적 성과에 목을 매다 보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 다행히 광주지역 도서관에서는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봄 전남대학교 캠퍼스에 개관한 디지털 도서관 ‘정보마루’가 대표적이다. 옛 독일문화원 광주어학센터 자리에 들어선 ‘정보마루’는 이용자 중심의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온·오프라인 학습 공간이다. 개인 열람석, 개인 캐럴, 그룹 스터디룸 등 열람과 학습 공간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또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영상제작실, 영상편집실, 멀티미디어 존 등 첨단 디지털정보 시대에 걸맞은 시설을 보여주고 있다. 갤러리 존, 다락방, 빛마당, 클라우드 룸, 남정라운지 등 휴식 공간도 충분히 확보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민 누구나 보증금 5만원만 내면 출입 및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 도서관의 사례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365-스터디룸’도 눈여겨볼만하다. 학생 눈높이 공부방인 365-스터디룸은 독서실과 카페를 결합한 공간으로 과거의 학교 도서관 모습에서 크게 진화했다. 학습 형태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조성해 개인별 학습, 모둠별 학습, 팀별 토의·토론 학습, 온라인 학습, 동아리 활동, 교과 멘토-멘티 활동, 진로진학상담 등 일선 교육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의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 인공지능(AI)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현 시대에도 도서관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다.
좋은 책을 공짜로 읽고 빌릴 수 있고, 만남의 공간과 쉼터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허브’ 역할은 덤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식사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부대시설을 갖춘 곳도 많다.
이처럼 도서관은 이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갖는다. 전자책이 등장하고 학교에서 종이 책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오히려 더 많은 도서관이 필요하다. 작년 말 기준 광주지역에는 390여개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첨단시설을 갖춘 도서관에서 서로 소통하고, 학습하는 공간 마련에 지자체의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과감한 예산 투입으로 시대에 걸맞은 도서관을 확대해주길 바란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