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정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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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정에 거는 기대

장승기 정치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제9대 광주시의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022년 7월 출범할 때에는 초선 일색의 경험 부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의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9대 의회는 전체 의원 23명 중 초선이 17명으로 73.9%에 달한다. 또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20~40대 ‘젊은 정치인’이다.

이 같은 젊음과 열정을 토대로 한 전반기 2년의 ‘의정 성과’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9대 의회를 8대 의회 전반기와 비교해보면 의원발의 조례 건수 26%, 특별위원회 운영 33%, 연구모임 개최 472%, 정책토론회 47%, 성명서 발표 50% 등 양적 지표에서 향상됐다. 또 시민제보 365일 상시운영제 도입, 11개의 5·18관련 조례 통합, 통합돌봄 지원조례 제정 등의 성과도 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네트워크(5개 분과, 36회)와 주요 이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100회)도 역대 의회 중 가장 많이 진행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적지 않았다. 가장 먼저 전체 의원 23명 중 21명이 민주당(국민의힘 1명·무소속 1명) 소속인 시의회는 정치적 편향성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민주당 독점 구조의 지방정치 지형상의 탓도 있지만, 시의원들은 중앙당의 당론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또 지난 4월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는 아예 드러내 놓고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원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일색인 대다수의 시의원들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의정활동은 뒷전인 채 자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후보를 지지하거나 그림자처럼 후보의 일정을 따라다니는 등 줄서기 구태를 보인 것이다.

시정 및 현안에 대해 시장이나 시정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의견을 묻는 시정질문에서도 부실했다. 특히 9대 시의회가 ‘공부하는 의회’를 기치로 내 걸면서 초선 일색의 참신한 행보를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맹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의원들이 새로운 시정 개선사항을 발굴하지 않는 데다 기존에 나왔던 질문을 재탕하면서 시의회 전체에 먹칠을 한 셈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시정 발전에 도움이 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질문을 하지 않고 5분 발언 수준에서 자신의 지역구 민원이나 정치색 짙은 질문을 하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일부 의원의 고압적 자세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광주지역 최대의 현안인 군 공항 및 민간공항 이전 문제 등을 놓고서는 대다수의 의원들이 ‘침묵’을 지킨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최근 9대 의회 후반기 시작을 준비하는 원 구성 과정은 오만과 무책임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민주당은 시의회 의장 후보를 선출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당내 경선을 실시하면서 ‘의회를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회의에서 선출해야 할 의장단을 ‘민주당이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내부 투표를 통해 먼저 후보를 선출하고 다시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키는 과정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지방자치의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시의회에는 국민의힘 의원 1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이 있어, 민주당 자체적으로 의장 후보를 정리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고, 일당 독점의 폐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또 다시 특정 후보 밀어주기, 담합 등이 버젓이 자행돼 지역민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실제로 경선을 앞두고 ‘사전 밀어주기’ 약속에 따라 1차 투표에서 고작 ‘과반의 과반’을 얻은 2위 후보가 결선에서 두 배 이상 많은 표를 받은 1위 후보를 꺾고 의장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와 함께 민주당 경선에서 선출된 상임위원장단 후보들의 지역구 편중도 논란거리다. 의장단·상임위원장단 후보 8명 중 3명이 북구갑 지역구 의원이고, 동남갑, 동남을, 서구을, 북구을 지역구 의원은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어찌됐든 광주시의회는 8일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 민주당은 이미 야합을 통해 의장단과 각 상임위원장을 뽑았고, 전체 23명 민주당 소속이 21명이기 때문에 천재지변(?)이 없는 한 그대로 선출될 것이다. 이미 오래전 광주지역 정치권에 딱 달라붙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싹쓸이’, ‘독식’, ‘그들만의 리그’ 등 이런 단어가 지방의회 원구성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은 ‘거수기’가 아닌 ‘견제’와 ‘감시’다. 전권을 장악한 민주당의 새 집행부에게는 무한책임이 뒤따른다. 후반기 2년을 책임질 신임 집행부에 대한 기대도 크다. ‘독식’이 아닌 ‘협치’와 ‘소통’으로 합리적이고 보다 세련된 의정활동을 하길 바란다. 광주시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신명나게 의정활동에 임한다면 지역민의 존경과 신망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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