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첫 SF 시리즈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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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ACC, 첫 SF 시리즈에 거는 기대

김다경 문화체육부 기자

김다경 문화체육부 기자
[취재수첩]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중 의학은 병을 고치고 생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 생명체를 조절하고 탄생시키는 단계까지 이룩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자궁 임신이 보편화된 시대가 온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임신이 불가한 불임 부부는 물론 동성 부부, 한부모 등 다양한 조건의 사람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의 변화를 상상해본다.

ACC의 최초 SF 연극 ‘대리된 존엄’은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인공자궁으로 자녀를 갖는 것이 당연한 미래 사회, 돈 많은 이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인간의 자궁을 제공하는 대리모 산업 가운데 살아가는 소녀 앨리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에는 대리모를 전문적으로 육성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왕립태아육성센터와 대리모를 필요로 하는 계약자들이 사는 그레이트나인이라는 두 나라가 그려진다. 최하층 출신의 주인공 앨리스가 가족들을 돕기 위해 왕립태아육성센터에 입소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 속 배경은 미래지만 자본주의와 그에 따른 계급이 정해져있다는 설정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대리모를 자처하는 후진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뉴스 등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ACC공연레지던시 사업을 통해 연극으로 개발돼 SF 시리즈로 첫 선보이게 됐다. 지난해 레지던시 쇼케이스를 통해 낭독극을 올린 바 있다. 공연은 12일부터 13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1에서 두 차례 열린다.

작품을 연출한 최여림 연출가는 “윤리적인 메시지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했다”면서 “관객들이 어느 개인의 옳고 그름이 아닌 구조적인 사회 문제를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SF 시리즈로 ACC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이번 작품이 대표 레퍼토리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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