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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뉴미디어문화본부장
#.1
오는 11월 5일 치러질 예정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독특하다. 미국 전체 50개 주(州)의 유권자가 각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을 뽑고, 또 다시 이들이 차기 백악관의 주인을 결정하는 투표를 하는, 직선제와 간선제를 혼합한 선거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수는 각 주의 상원의원(주마다 2명씩 100명)과 하원의원(435명) 수에 워싱턴 DC(3명)을 더해 모두 538명이다. 캘리포니아주 55명, 텍사스주 39명, 뉴욕주 29명, 플로리다주 29명 등 각 주의 인구수에 비례해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다.
특히 각 주의 선거인단은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라는 원칙아래 선출된다. 즉,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일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중 지지하는 대의원(선거인단)에게 투표하고 이 1차 직선제 투표에서 단 한 표라도 이긴 측이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여기서 선거인단의 과반(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선거의 승자가 되며, 이 270명을 ‘매직 넘버(Magic Number)’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제도는 연방 정부 형태인 미국의 건국 당시, 헌법 제정자들이 각 주의 독자적인 주권과 위상을 보장해 주기 위해 도입했다고 한다.
#.2
문제는 이 제도에 따라 전체 유권자 표를 더 많이 얻더라도 선거인단 획득에서 밀려 나 패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298만 표를 획득,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6585만 표)에 비해 290여만 표나 국민의 지지를 덜 받았지만 선거인단 수는 306명을 획득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힐러리 후보는 겨우 232명의 선거인단 확보에 그쳤다.
또 지난 2000년 대선에서도 공화당 조지 워커 부시 후보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보다 50만 여표를 적게 받았지만 271명의 선거인단을 획득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고어 후보는 267명의 선거인단을 획득했다.
이같이 유권자 표는 더 받았지만 선거인단 획득에 실패해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1824년·1876년·1888년 대선에도 발생했다.
이 때문인지 ‘승자독식제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 1969년 하원이 ‘다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상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이 제도가 인구 규모가 작은 주들의 권리를 보호해준다는 이유로 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3
이처럼 선거인단이 대선 승패를 좌우해 대선 후보들은 각 정당에 대한 지지가 확실한 지역보다는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 주력하게 된다.
대표적인 경합주로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6개 주가 꼽힌다.
스윙 스테이트는 민주·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마치 그네(Swing)처럼 오락가락하는 주를 말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들 스윙 스테이트에서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후보들은 양당 선거자금의 70∼80%를 이곳에 투입할 정도로 올인한다고 한다.
3개월 여 남은 미국 대선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사가 뜨겁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경제·국방 등 전 분야에 걸쳐 직·간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관심도는 미국 못지 않다.
현재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40% 조금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박빙의 구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피습사건과 사법 리스크에서 조금씩 벗어난 트럼프가 고령으로 인해 후보 사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바이든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앞서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누가 승리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전 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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