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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주 문화체육부장 |
뜻있는 시민들은 이 호수가 남았다면 그 주변에 호텔을 짓고 카페나 레스토랑이 집결해 도심의 인프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광주읍성 역시 일제 시대 파괴됐으니 근래 100년 동안 광주는 전통문화유산에 관한한 낙제점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 남광주역사 건물은 철거한 지 불과 30년도 되지 않는다. 남광주시장에 가보면 여전히 철교가 남아 있어 ‘여기가 남광주역이었구나’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불과 며칠 전 만난 미술인은 그곳을 살려 전시장이나 레지던시 등으로 활용했더라면 전통성을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광주에서 제일 가는 명소가 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광주는 이제 도심지 전통문화유산을 손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 그 외연이 축소됐다. 광주 인구는 150만이 무너진 지 오래다. 올해 144만까지 떨어졌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30년 후 100만 도시에 맞춰 광주의 개발 시계를 맞춰나가야 한다는 충언을 하곤 한다.
경양호수나 남광주역사는 지금 광주가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했더라면 도시브랜드와 경쟁력면에서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철거하다보니 운치있는 도시는 온데간데 없고, 고층 아파트와 고층 건축물이 무질서하게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형국이 됐다. 조망이라는 게 있는데 조망이 엉망이 된 셈이다. 송정역에서 상무지구로 이동하는 광송간 도로에서 무등산을 조망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조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역시 무등산 전체가 조망됐지만 몇년새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와 건축물로 인해 무등산 상당부분이 가려져 온전한 무등산 조망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무등산 조망권 때문에 현재의 아파트 꼭대기층으로 이사왔던 기억이 엊그제다. 이제 도로 하나를 두고 아파트와 임동 방직공장(전남·일신) 경계를 이루고 있는 데 이곳이 2025년에 착공된다고 하니 착잡하기 이를데 없다. 필자는 필수적인 건축물은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존만 하자고 무조건 주장하지는 않는다. 일단 건축물 일부를 보존해 세계적 흐름을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 4월 베니스비엔날레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조선소 자리인 아르세날레 본전시장은 옛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전통 원형 그대로 이어받아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비엔날레는 최신 미술축제다. 베니스비엔날레가 미술올림픽으로 칭송받는데는 현시대 미술작품을 전통건축물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기에 더욱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계 유수의 미술행사들이 폐공장 등을 선택해 큰 성공을 거두었듯 광주비엔날레 역시 신축 비엔날레관은 그것대로 추진하되 방직공장 건축물을 활용해 ‘광주비엔날레 임동전시관’을 구축했으면 하고 다시 요청한다. 임동 방직공장 건축물을 활용해 임동전시관을 구축한다면 베니스가 유서깊은 역사적 공간에 비엔날레를 품어 스토리를 확보, 세계 1위의 비엔날레가 됐듯 광주 역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 한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일부 해외 관람객들이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라고 청하면 “비엔날레는 됐고”라고 답을 내놓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전시작품을 역사성과 장소성이라고 하는 담론을 확충해 광주비엔날레가 모멘텀을 마련해 갔으면 한다. 어찌보면 방직공장은 광주문화예술에 관한한 또 다른 기회로,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2025년이 다가올수록 초초해진다. 개발에만 방점 찍지 않기를 바란다. 경양호수나 남광주역사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