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할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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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할 기회를 주자

정린 광주지속가능발전협 위원·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진로팀장

정린 광주지속가능발전협 위원·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진로팀장
[기고] “여러분들도 저처럼 이곳 삶디에서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하고 많이 성장하길 바랍니다.”

‘N개 방과후프로젝트 쇼케이스’에서 수료생 대표 당근의 한마디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든 청소년이 마음껏 꿈을 펼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고 청소년운영위원회 주디가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 2023 운영백서’에 실은 글에서 말했다.

당근과 주디만 보더라도 청소년에게 좌충우돌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당근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년 동안 매주 목요일 삶디에 와 또래들과 영상작업을 했다. 현재 영상 관련 학과로 진학을 준비 중이다. 주디는 중학교 때 삶디에 와 청소년운영위원회에 참여했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 N개 방과후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연극하는 동아리 ‘페르소나’를 운영 중이다.

이곳 삶디에서 청소년들은 좌충우돌하며 ‘자기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자신을 이해하고 역량을 키워 가는데 거리낌이 없다. 좋아서 도전했던 요리의 고됨에 취미로만 생각해 보겠다고 하기도 하고, 연기가 좋아 영상작업을 하다 연출의 맛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경험 속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며, 자기를 알아가며 진로를 찾아간다.

삶디를 찾는 많은 30대 이상의 비청소년들은 ‘요즘 청소년들은 좋겠어요’, ‘제 학창시절에 이런 곳이 있었더라면 제 삶이 달라졌겠네요’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맞는 말이다 싶으면서도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의 삶이 20년 전의 나의 학창시절과 8년 전 내가 만난 청소년의 삶보다 나아졌을까?’, ‘삶디 같은 곳이 있다고 요즘 청소년들의 진로 찾기에 도움이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청소년의 삶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청소년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1위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아동청소년들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60.3%로 꼴찌(1위 네덜란드는 94.2%)를 기록했다.

학업스트레스는 50.5%로 세계 1위다. 특성화고 등 고졸 청년고용률은 63.5%로, OECD 34개국 중 32위이다. 그나마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장 10곳 중 8곳은 임금을 체불하거나 부당하게 해고하는 등 노동법을 위반했다.

삶디에 오는 청소년 이야기를 더 들려주고 싶다. 특성화고 졸업생 ‘지니’는 자격증도 꽤 있고, 고등학교 3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들어간 직장을 3개월 다니고 그만뒀다. 공휴일 안 나온다고 눈치 주고,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가족들 관리는 했어야 하지 않냐는 말을 듣고 ‘어떻게든 버텨야지’ 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인턴십 프로젝트’ 참가자로 삶디에서 1년간 있었고 이후 진로를 바꿔, 웹툰 컨텐츠 창작을 배우고 있다.

쉐프가 꿈인 제이는 청소년주도프로젝트에 참여해 장사를 주제로 두 번의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청소년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답게 요리뿐 아니라 그에 필요한 마케팅, 서비스, 레스토랑 인테리어까지 직접 해냈다. 첫 번째 레스토랑은 부족함이 가득했지만, 두 번째 장사 때는 업무 효율, 손님들의 음식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진로교육은 어디서든 필요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청소년은 입시 경쟁, 학업과 성적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구조 속에서 실패하고 부딪히는 기회와 시간을 찾기 힘들다. 취업의 압박으로 졸업 후, 노동시장에 진입했던 청소년은 부당함과 불평등에 ‘그냥 쉬는 청년’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 시기에 원하는 배움을 경험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역량은 키우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소년의 성장에 있어 자기 주도성은 필수요소이며, 이는 교육이 학교에만 갇혀서는 안 되고 지역사회로 확장돼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활동하고 배울 수 있는 시공간의 폭을 넓혀야 한다.

‘문화 다양성 존중과 인권감수성 증진’은 지속가능한 광주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계층, 성별, 세대, 장애, 인종 등이 다르더라도 누구나가 다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청년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학과 취업에 가두기보다는 좀 더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장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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