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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춘옥 전남도의원 프로필 |
기후변화 심화로 농수산물의 생산과정에서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가는 현실에서, 생산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의 인상은 결국 경영비에 직격탄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지난 1962년 국내 농수산물 생산 장려 및 농어업인의 소득 보호를 위해 도입되어 농어가의 경영 부담을 경감시키고 국내 식량안보와 농어업 생산 기반 유지, 지역 균형발전 등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한전은 2012년에 계약전력 1000kW 이상 사용 농어가에 산업용을 적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자행해 왔다.
농사용 전기(을)요금은 2021년 1월을 시작으로 2022년 4월과 10월, 2023년 1월과 5월, 2024년 1월과 4월 인상했으며, 이는 3년 사이 저압의 경우 73.98%, 고압은 여름·겨울 68.56%, 봄·가을 72.49% 각각 인상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는 농어가들이 체감하는 인상률은 실질적인 인상률보다 훨씬 높으며, 농어업계에서는 농사용 전기의 정률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한전은 오히려 전기요금 인상 대상을 300kW 이상 사용 농어가까지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 된다면 고환율과 소비부진 등으로 이미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스마트팜과 인공지능 등의 도입으로 지속가능한 농어업환경을 구축하려던 계획까지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전은 대규모 농어민이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농사용 전기요금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농어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자신들의 적자 해소를 위한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실제 농사용 전기는 2022년 기준 전체 전력 사용량의 3.9%에 불과하며, 이번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려 하는 300kW 이상 사용 농어가 또한 전체 농사용 전기 소비자의 0.5%에 그칠 정도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시도는 점진적으로 전체 농어민들에게 자신들의 적자를 전가 시키려는 한전의 속내만을 드러낸 셈이다.
물론 그동안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도 물가안정,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전기료 인상을 못해 적자가 증가했다는 한전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힘없는 농어민들을 압박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태도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한전의 논리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된다. 농어업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국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며 생명산업이다. 그러나 경제적 잣대로 일방적 이유를 들어 농어업을 흔들리게 한다면 국민들의 삶도 안녕할 수는 없다.
또한 안전하고 안정적인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지속가능한 농어업환경 구축에 있어 전기는 필수적인 요소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미래 농어업으로 나아가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영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생산을 포기하는 농어가가 속출한다면 농수산물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이 지게 될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시도를 중단하고 농어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농어업은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와 명분이 있는 산업이다.
당초 농사용 전기를 왜 도입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정부와 한전이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