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엇이 청년세대를 외롭게 만들고 있는가
검색 입력폼
기고

[기고]무엇이 청년세대를 외롭게 만들고 있는가

백희정 광주지속가능발전협 운영위원·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백희정 광주지속가능발전협 운영위원·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외로움이 트렌드인 시대, 그중에서도 압도적 외로움을 느끼는 세대는 놀랍게도 20대라고 한다. 외로움은 사회적 연결이나 관계에 대해 주관적으로 부족함이나 상실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하며 심각해지면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사회적 지지체계가 없는 고립상태가 되거나 나아가 물리적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는 ‘은둔형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20·30대 청년의 고립·은둔 위기는 개인을 넘어 이미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2022년 설치됐으며 전국 최초로 지자체 차원에서 은둔·고립자를 지원·전담하고 있다. 센터에서 지원하고 있는 청년은 각자 다른 사회, 경제, 문화적인 이유로 은둔을 시작했다고 얘기한다. 학창시절 따돌림 경험, 가족 내 지지체계 부재, 경쟁 사회 속에서의 과도한 기대감에 따른 진학 및 취업 실패,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험 등이 반복되다 보니 지금은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라고 호소한다. 은둔·고립을 선택한 청년들이 게으르다거나 하는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연령층을 흔히 ‘Z세대’라고 부른다.

이 세대가 전 연령층에서 외로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가끔 혹은 항상 외롭다고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2018년 미국 생명보험 회사 시그나가 18세 이상 미국인 2만명을 대상으로 ‘UCLA 외로움 측정 방식’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인데 베이비부머 세대나 노인세대보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외로움이 더 크고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그나는 이 결과를 두고 ‘사실상 전염병 수준으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위험’ 수준의 외로움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는 외로움을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처럼 생각해 왔던 틀을 깬 결과로, 오히려 나이가 어릴수록 외로움을 많이 느끼며 그 정도 또한 심각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외로움을 느끼는 세대에서 ‘역전 현상’이 일어난 원인과 무엇이 청년 세대를 외롭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이러한 위기감에 보건복지부는 ‘2020 청년 삶 실태조사’에 이어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은둔·고립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전국단위 조사였다. 두 번의 조사 결과 은둔·고립 청년은 전국 규모 54만명으로 추산했고 연령별로는 25~29세가 37%로 가장 많게 나타났고 다음은 30~34세가 32.4%로 뒤를 이었다. 은둔·고립을 시작한 시기 역시 20대 때가 가장 많았다.

조사한 참여한 청년들은 은둔·고립의 가장 큰 이유로 취업 실패를 비롯한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 가장 컸다고 답했다. 다음은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상의 이유(12.4%)라고 답했다. 은둔·고립 생활 중에는 OTT등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보낸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기서 다행인 점은 이들이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이다. 언론의 관심과 함께 관련 지원 정책이 다양해지면서 은둔·고립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졌다. 그 결과 은둔·고립 당사자가 직접 사회 복귀를 위해 문의를 하는 건수가 늘어나는 고무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외로움과 고독은 더 이상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다. 돌봄의 공백이자 사회의 불안요소로 대응해야 할 전지구적인 문제가 됐다.

위험 수준의 외로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우리 사회는 어떤 안전망의 준비하고 갖춰나가야 할까? 은둔·고립의 문제가 특정인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며 위로하고 그들이 막막하지 않도록 다양한 곳에 청년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