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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여파로 집밖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외출이 더 어렵게 된 모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우선 가볼 수 있는 곳들을 방문했다. 자그마치 3년간의 기록들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격리돼야 하는 상황 속에서 삶이 통제되고 제한되는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절히 느끼게 했다. 이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사회적 거리’라는 말이 익숙해질수록 혈육이 더욱 간절하고 그리워졌다. 그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가 느끼는 어머니에 대한 감상은 애닳음이다. 마흔여섯에 혼자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정엄마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이 됐고, 주말이면 고향에 내려가 친정엄마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향에 가면 동네 마실 다니는 것처럼 편안하고 했기 때문에 나주 곳곳을 소박하게 돌아다녔다.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인생의 아침을 열어준 고향인 나주의 풍경과 표정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했다는 저자는 수십 년 걸었던 거리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함께 걷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낯선 도시가 아닌 삶의 터전이자 일상이었던 고향을 여행지로 선택,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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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중하면서도 고요한 향교를 비롯해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금성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산사의 미학을 구현한 불회사에 이르기까지, 천년고도 나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역사라는 수레바퀴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정도전, 신숙주, 나대용, 임제 등 역사의 인물들과 조우, 그리고 역사의 중요 장면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름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작가의 시선이 무겁지 않으면서 깊게 음미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나주,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나의 고향이다. 내 인생의 아침을 열어준 그곳의 풍경과 표정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록했다. 수십 년 걸었던 이곳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함께 걷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저 담담하게 담아내고 싶었다. 낯선 도시가 아닌 삶의 터전이자 일상이었던 고향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라면서 “오랜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했음에도 익숙한 나머지 스쳐 지나갔던 일상의 장면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뜻밖의 즐거움이 삶의 이유, 아니 존재 자체를 사유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19일 광주에서 열린데 이어 오는 26일 오전 11시 나주 소재 3917마중에서 열 계획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