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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형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내가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 계기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로부터 당하는 부당함을 느끼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 교사로 재직할 당시 특성화고 학생들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한부모 가정, 지역 보호시설 등에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런 현실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일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수업이 끝난 후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 등교해서 수업 시간에도 잠에 취해 수업받는 것을 힘들어했다.
생활비가 필요해서 사회로 일찍 나간 학생들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최저임금보다도 적은 금액을 받고, 고객 및 사장으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더욱이 이 같은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거의 없었고, 부당대우에 대한 구제 신청을 하거나 기관을 안내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광주지역 시민단체 15개가 모여 청소년들이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자 2009년 10월에 창립한 곳이 바로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이다. 이후 참여 단체들의 노력으로 2015년 10월 ‘광주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가 전국 최초로 제정이 되고, 127개 지자체에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조례가 제정되는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듬해 이 조례에 의해 ‘광주청소년 노동인권센터’가 설치됐다. 대한민국 현실에서 핍박한 청소년 노동인권 문제를 광주에서 최초로 그 발판을 마련한 것이며, 민간에서 관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는 설치 이후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청소년 알바친화 사업장 선정’, ‘초단시간 청소년 노동자 지원’, ‘노동 상담 및 법률지원’,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사업을 통해 지역에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조금씩 바꿔 내며 부당한 피해를 입은 일하는 청소년의 대표기관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청소년 알바친화 사업장 선정 및 지원’, ‘초단시간 청소년 노동자 지원’ 사업은 전남, 서울 성동구, 평택시, 고양시, 부천시, 영주시, 군포시 등 전국으로 벤치마킹 되고 있으니, 광주시는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의 전국적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이렇듯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는 광주시 노동정책과 취약계층인 청소년들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도맡아 왔다. 그런데 설립한 지 8년 만에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광주시는 2025년부터 운영 중인 노동 관련 3개 센터(노동센터, 비정규직지원센터,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하나로 통합해서 운영하고, 개별 운영 중인 곳은 올해 말로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통합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는 첫째,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사업이 축소 또는, 명맥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 관련 사업은 모든 영역에서 성인과 비교해 접근 방식이나 추진 방식이 전혀 다르다. 성인 노동에 비해 청소년 노동은 미조직 사업장이 대부분이고 추진 사업에 있어서도 현안 문제에서 다른 여타의 노동정책에 밀려 대표사업을 제외하고 축소되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의 노동권익센터 운영과 가깝게는 전남 노동권익센터의 운영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둘째, 하남근로자복지관은 하남산단에 위치해 있어 청소년의 이동과 접근이 어렵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센터가 하남산단에 위치할 경우 지하철 노선은 전혀 없고, 버스 노선도 몇 개 되지 않은 곳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통합 센터 설치안을 보면 현재 하남근로복지관(광산구 장덕동), 노사동반성장지원센터(광산구 삼거동) 등이 센터 입지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 두 곳 모두 하남산단, 빛그린 산단 등 산업단지 근처에 있는 장소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상담 및 교육을 받으러오는 성인들 조차도 찾아오기 힘든 곳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광주시의 통합 노동권익센터 설치·운영 계획안을 보면 청소년을 고려하고자 하는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2023년 광주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하는 청소년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부당대우나 인권 침해 경험률을 보면 2017년 23.9%, 2020년 49.8%, 2023년 64%로 그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청소년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좁아지고 힘들어졌다. 통합 노동권익센터의 설치 운영 이유는 여러 이유를 대더라도 ‘노동자 권익보호’에 있다. 청소년에게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청소년 노동자 권익보호다. 생애 첫 노동을 경험하는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 통합 노동권익센터가 지향할 수 있도록 담아내는 일, 광주시와 광주시장의 책무임을 잊지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