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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
80년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쟁 역시 그런 양면성으로 추억된다. 광주와 대구, 이 두 도시는 한국 역사 속에서 오랜 갈등과 경쟁의 상징이었다. 올가을, 오랜만에 호랑이와 사자가 한판 붙는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자로 한 달을 기다린 호랑이가 도전해온 라이온즈를 맞이하여 한판 명승부를 펼친다.
몇달 전엔 강기정 광주시장이 대구에 가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나란히 앉아 축구를 관람했다. 여지없이 승패는 갈렸다. 광주FC의 승리로 끝났다. 나도 경험해봐서 알지만, 골을 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뛰어오른다. 환호하는 강기정 시장의 모습에 홍준표 시장도 환한 웃음으로 축하해준다. 경쟁과 화합의 모습이 바로 이거다. 이처럼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두 도시 간의 관계가 경쟁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름하여 ‘달빛동맹’이다.
‘달빛동맹’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경제적 연대를 넘어 문화적 연대로 확장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제안하는 것이 바로 스트릿댄스 배틀 ‘달빛 댄스플로우’이다. 이는 단순히 두 도시 간의 경쟁을 넘어 전국적으로 더 나아가 세계의 젊은이들을 초대해 함께 춤추고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화합의 중심이 되면 우리의 장래는 더욱 밝아진다. 기성세대들이 잠시 연합하면서 잘 지내보자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트릿댄스는 그 자체로 강렬한 예술적 표현이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매력을 활용해 광주와 대구는 각 도시의 독특한 문화와 리듬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교류를 창출할 수 있다. ‘달빛 댄스플로우’라는 이름처럼, 이 축제는 힙합과 스트릿댄스의 경합과 흥겨움을 통해 두 도시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왜 춤인가? 춤은 인간이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자기의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고대사회에서도 집단으로 춤을 추는 것은 부족 간의 연대와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때였다.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 부족민이 한데 모여 천신(天神)에게 감사하며 잔치를 벌이는 행사가 그것이다. 지금 달빛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후대에까지 이어가게 하려면 문화적 연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춤이다. 달빛 댄스플로우를 열어서 함께 춤추며 연대하자.
광주에서는 이미 ‘배틀라인업’이라는 세계적 스트릿댄스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대구 역시 ‘파워풀 스트릿 댄스 버스킹’과 ‘대구스트릿댄스파이터’와 같은 인기 있는 댄스 행사를 치르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여 ‘달빛 댄스플로우’를 열자. 두 도시의 청년들이 춤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
이 축제는 단순히 춤만 추는 행사가 아니다. 문화적 화합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매년 번갈아 가며 광주와 대구에서 개최되는 ‘달빛 댄스플로우’는 두 도시의 청년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스트릿댄스 마니아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춤판을 벌이고, 예술적 감동을 나누며, 화합의 시대를 선도하는 것이 바로 이 축제의 궁극적인 목표다. 진정한 동맹을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축제를 통해 광주와 대구의 젊은 댄서들이 세계적 무대로 성장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들이 춤판에서 경험하고 배운 화합과 경쟁의 정신은 두 도시 간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험이 쌓여갈수록 우리는 한국의 문화예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광주와 대구에 고속철도보다 훨씬 더 빠른 문화철도를 먼저 연결하자. 그 길을 통해 양 도시의 문화예술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그 힘이 깊게 뿌리 내릴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달빛 댄스플로우’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광주와 대구의 청년들이 춤의 리듬을 통해 하나 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