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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암시민에서 살암은 ‘살다 보면 살수 있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어떤 순간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의 바다에 나오는 단어다. 할아버지의 간단치 않은 삶의 자취를 드러내 보인다.
시인은 ‘…전략…/바다는 당신의 물숨을 단단히 붙잡고/따개비 달라붙는 배 밑창의 긴 여정에/그을린 손등의 소금자국을 게워낸다//암초의 그림자까지 감싸 안은 바다가/속적삼 풀어헤친 마른 간조대를 끌고 오면/당신의 젖은 기침의 연막은 깊어/놓쳐버린 문장을 찾아야 한다/…후략…’(‘할아버지의 바다’ 중에서)이라거나 ‘밤 기차를 탔다 헤어짐의 서사는 이별인데/도착한 종로의 뒷골목은 삐뚤빼뚤//새초롬하게 담장을 기어오르는 저 꽃들//어젯밤 빗속을 저리 홀로 피웠을까?//달싹이는 입술들이 푸르스름하다//푸른 여름이 들이치는 빗속을 걷는다’(‘나팔꽃’ 전문)라고 노래한다.
건설사업관리기술인으로 현장에 나가 있는 그의 직업 특성상 시쓰기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펴낸 이번 시집은 제4부로 구성, 늦게 시작한 시심이 잘 발현된 54편의 작품이 실렸다.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바다와 눈을 마주치던 새들이 떠났다.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 나가는 동안 벼랑에선 알 수 없는 날갯짓에 파동이 밀려왔다 사라진다. 결핍이다. 바다는 태양을 집어삼키고 달빛을 덧댄 푸르스름한 하늘 복판으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담아낸다. 갈등이다”면서 “나는 부끄러운 슬픔 하나를 꺼내 서쪽 안부를 묻곤 하는데 아직도 결핍과 갈등에서 가장자리의 바다를 맴돌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국 시인은 ‘보따리 항만 기술자 초짜 시인의 실정보고서’라는 해설을 통해 “뭍으로 나와 있는 항만공사의 감리를 보는 시인은 분명 제주도 시인이다. 뭍으로 나오는 그를 물길 만이 알아준다. 시인은 파랗게 바다를 빚어내듯 우려낼 줄 안다”고 평했다.
안시표 시인은 2022년 계간 ‘시와문화’ 여름호 신인상 등으로 등단,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제주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현재 건설사업관리기술인으로 항만 현장에서 근무 중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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