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산재 사망사고,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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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산재 사망사고, 추락!

임지표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임지표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기고] 2024년이 엊그제 시작된 거 같은데 벌써 단풍이 절정인 가을의 한복판에 와 있다.

이제 올해도 2개월 밖에 남지 않아 서서히 한 해를 마무리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아리셀 화재 등 크고 작은 산재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오늘은 최다 산재 사망사고 유형인 떨어짐(추락)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는 몇 해 전에 가까운 고향 선배의 요청으로 3층 건물 옥상의 지붕공사를 도우러 간 일이 있다. 선배는 고향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어 지붕공사를 외부에 맡기지 않고 동네 여러 선후배를 불러 직접 공사를 진행했다. 고향에 내려가 보면 여러 집에서 옥상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비슷한 공사를 한 것을 볼 수 있다.

3층 건물 옥상 지붕이라 4층 높이로 10m가 훌쩍 넘었을 것이다. 작업발판이나 추락방지망, 안전대 등 안전조치가 소홀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공사가 끝날 때까지 마음만 졸인 기억이 있다. 만약, 누구라도 작업 중 미끄러지거나 넘어져서 지면으로 떨어졌다면 사망이라는 비극을 맞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매년 수 백 명이 지붕공사 등 고소작업 중 떨어짐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경쟁력 대비 산업안전 분야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대한민국은 올해 IMF에서 발표한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4위 경제 대국이다. 또 지난 여름 개최됐던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등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순위 8위를 할 정도의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산재 사고사망자는 812명이나 된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 사망만인율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가깝다. 다행히 사고 사망만인율은 0.39bp(basis point)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0.3대로 진입했다. 다만 주요 선진국의 사고 사망만인율은 독일 0.07bp(2020년), 영국 0.08bp(2018년), 일본 0.15bp(2021년)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낮다.

그렇다면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 812명 중 떨어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 전체 사망자의 35.2%인 286명으로, 20여개가 넘는 발생형태(넘어짐, 깔림, 부딪힘, 맞음, 끼임, 무너짐, 감전, 화재, 폭발 등)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유형이다.

사망사고 3건 중 1건이 떨어짐에 의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떨어짐에 의한 사고는 고소작업이 주로 이루어지는 건설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 등 모든 업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다.

지역에서도 떨어짐에 의한 사망사고는 매년 10여 건씩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도 건설현장이나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축사, 아파트 등에서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떨어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떨어짐 사고는 기본 안전수칙만 지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비계, 지붕, 사다리, 고소작업대 등 4대 위험요인에 의해 사고가 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해당 작업 시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비계는 시스템 비계를 사용해야 하며 작업발판 및 안전난간을 설치,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지붕공사는 가급적 고소작업대를 사용하고 작업발판, 채광창 덮개 및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 사다리의 경우 전구 교체와 같은 경작업 시 고소작업대와 이동식비계의 설치가 어려운 협소한 장소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더불어, 작업높이에 따라 최상부나 그 하단 디딤대 작업을 금지하고 안전대 착용 및 2인 1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2m 이하의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안전모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소작업대 작업 시에는 안전난간, 방호장치 및 아웃트리거를 설치해야 하며 작업계획서 작성과 유도자 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떨어짐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기계는 고장날 수 있으며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기계의 고장이나 근로자의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주는 확고한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모든 안전보건 활동에 잠재된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 작업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또 사업장에 내재돼 있는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대체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중대재해 발생에 대처할 수 있는 비상조치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해야 하며, 소속 근로자 뿐만 아니라 사업장 내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확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떨어짐 사고는 업종이나 직종에 관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유형으로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기업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고 떨어짐 사고의 4대 위험요인에 의한 위험성을 철저히 제거한다면 떨어짐 사고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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