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두드려라 ‘바로 문자 하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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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두드려라 ‘바로 문자 하랑께’

백남인 광주 서구 부구청장

백남인 광주 서구 부구청장
“둥둥둥!” 조선 초에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읍소할 수 있는 신문고(申聞鼓)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민의상달을 위한 소통 도구로서 신문고는 사용하는 이가 드물었다. 용이성, 개방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어떠한가?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공공 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치가 높아진 만큼 행정 일선에서 민원을 응대하고 처리하는 난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 기관의 혁신은 필수이다.

그러한 점에서 광주 서구가 시행하는 ‘바로문자하랑께’는 현대판 신문고라고 부를 수 있겠다.

‘바로문자하랑께’는 구청장에게 누구나 문자로 각종 생활 불편 민원에서부터 정책 제안까지 어떠한 의견이든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창구이다.

지난 2022년 8월 서구에서 처음 도입한 ‘바로문자하랑께’는 2년 2개월 만에 6000건이 넘는 문자가 접수됐다.

이중 생활민원이 3600여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행정 질의와 제안이 뒤를 이었다. 또 수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민원들이 신속하게 해결되고, 서구 내 시설 운영에 대한 의견도 수렴해 반영하는 등 적극 행정에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적극 행정의 그 결과 ‘바로문자하랑께’는 각종 시상식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적인 우수사례로 평가를 받으며 서구는 ‘2024 대한민국 자치발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의 쾌거를 이뤘다.

‘바로문자하랑께’가 이렇게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접근성이다. 누구나 손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는 물건, 매일 품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민원 제기 과정에서 빚어지는 회원가입, 인적사항 기재 등 각종 인증 절차는 민원인들을 지치게 한다.

반면 ‘바로문자하랑께’는 말 그대로 문자를 작성해서 보내면 끝이다. ‘010-3080-8249’ 라는 번호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 된다.

둘째는 신속성이다. 모든 공무원은 민원을 처리할 때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 처리해야 한다. 또 개별 법률 등에는 민원 처리 기한이 있어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즉결 처리할 수 있는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법률에 정해진 기한 내에만 처리를 해도 된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민원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마음이 급한 민원인 입장에서는 차일피일 해결이 미뤄지는 민원이 어떻게 돼가는지도 모른다면 속이 타 들어갈 것이다.

‘바로문자하랑께’는 법률에 정해진 기한이 있더라도 48시간 내에 해결하거나 해결이 안 된다면 계획을 반드시 안내하고 과정을 계속 알려준다.

셋째, 친절함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이성적, 논리적 판단은 그때의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로문자하랑께’로 접수된 민원은 아무리 처리가 간단하더라도 담당 팀장이 직접 전화를 해 처리 과정을 포함한 해결 유무, 향후 계획 등이 안내한다. 행정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주민들에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하며 공감을 얻는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접수된 칭찬·감사 문자가 전체의 5%대에 머물렀던 반면, 현재는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14%까지 올랐다.

‘문자 하나면 모든 민원이 해결된다’고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바로문자하랑께’는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소통 핫라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자세한 설명이 친절이 돼 이자가 붙어 되돌아온 것이다.

결국, 광주 서구는 문자 하나로 행정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언제든 생활의 불편함을 신속, 친절하게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구정 전반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산업 시대가 도래해 생성형 AI가 공공혁신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의 최일선은 차갑고 기계적인 설명이 아닌 따뜻하고 친절한 소통이 필요하다.

딱딱한 법이나 제도, 매뉴얼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를 ‘착한 소통’을 통해 주민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문자하랑께’가 지향하는, 광주 서구가 꿈꾸는 ‘착한도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길을 걸어가며 쓰레기 더미를 봤거나 인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는가? 이제는 북이 아닌 손 안에 있는 휴대전화를 두드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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