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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 광주시체육회 스포츠과학연구원장. |
보일드 프로그 신드롬(삶은 개구리 증후군)은 1869년 독일의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골츠의 실험에서 유래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넣자마자 바로 뛰쳐나와 살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조만간 직면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즉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위험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하는 이론이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운 해로 기록됐다. 문제는 10년 후에는 가장 시원했던 여름으로 소환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는 폭염의 빈도를 높였고, 시절을 모르는 단풍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스포츠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첫째, ‘야외 스포츠의 위축’이다. 기후 위기는 신경계의 변화를 일으킨다. 선수와 관중까지 위협한다. 열사병과 탈수는 신체활동의 영역을 제한한다. 폭염 속에서 진행한 프로야구 경기는 온열질환을 일으키고, 경기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국제 축구연맹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쿨링 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둘째, ‘스포츠시설 관리의 어려움’이다. 기후 위기는 시설의 안전성을 위협한다.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골프장과 축구장, 야구장의 잔디는 죄가 없다. 시스템으로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예산이 많다면 돈을 쏟아부으면 되겠지만 현실은 이미 자린고비 상태다. 모두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셋째, ‘지속 가능한 스포츠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스포츠 시설은 자연환경과 연관성이 높다.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양광이나 빗물을 활용한 대체 에너지의 사용은 탄소 발자국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시민들과 열성 팬들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에코 스포츠 캠페인을 통해 소통의 장을 넓혀가야 한다. 기존 실내 체육시설에 대한 다양한 활용방안도 필요하다.
올바른 방향성은 ‘연대’에서 출발한다. 스포츠와 기후 위기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사회 구조적 문제가 얽힌 복잡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는 앞으로도 에측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품고 있다. ‘스포츠와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는 어둠이 깊은 시대에 한 줄기 빛으로 곧추섰다. ‘잃기 쉬운 것은 기회요, 놓치기 쉬운 것은 시간’이다. 기후 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포츠 생태계는 모두의 관심에서 출발한다. 파도를 보지 말고 조류의 흐름을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