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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이나 구조물들은 공간의 특성을 만들고, 사람에게 사회·문화·경제·역사적 영향력을 미치고 스스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속에서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시간 속에서 늘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이미지는 유·무형의 가치가 곁들여져 긴 축적의 시간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쉽사리 형성되지 않을뿐더러 쉽게 바뀌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도시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마케팅(로고)의 성공사례로 회자되는 ‘나는 뉴욕이 좋다’라는 ‘I♡NY’은 뉴욕시가 아닌 상대적으로 낙후된 뉴욕주의 관광홍보를 위해 1977년 개발된 슬로건과 로고다. 2023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도시 활성화를 꾀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뉴욕시 파트너십 (Partnership for New York City)에서 ‘We ♡ NYC’ (우리는 뉴욕이 좋다)는 새 로고를 선보이고 활용하고 있다.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상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도시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광주의 도시 슬로건은 시장이 바뀔때마다 바껴서 과거 도시 슬로건을 기억하는 이가 드물다. 현재 쓰여지고 있는 ‘광주,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민선 8기·강기정), ‘광주 대한민국 미래로’(민선 7기·이용섭), ‘더불어사는 광주, 더불어 행복한 시민’(민선 6기·윤장현),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민선 5기·강운태), ‘일등광주, 일등시민’(민선 4기·박광태) 등이 그냥 4년마다 쓰여지고 사라질 뿐이다. 도시브랜드위원회를 통해 좀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그려야 한다.
예를 들면 10년 단위로 도시 슬로건을 만들어 사용하면 좋을 듯 싶다.
광주의 도시마케팅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고,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몇 년 전부터 ‘노잼광주’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처음 ‘노잼광주’이라는 단어가 신문기사에 실렸을 때는 애써 부정하고 반박하는 공무원이 더러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그래 노잼도시가 맞다. 그래서 뭐 어쩔 도리가 없다는 식의 냉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쓰여지고 있다. 결국은 재미가 없는 광주라는 이미지만 더욱 부각된 모양새다. 외부 관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 ‘문화·관광의 도시’,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로의 어필이 필요하다.
광주하면 ‘무등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오랜 시간 무등산은 광주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렇다면 장소성과 역사·문화성이 깃든 건축물이 무엇이 있을까? 옛 전남도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일빌딩245, 상무관, 충장우체국, 동구 인문학당, 양림동 선교사 사택, 전남대학교 옛 본관 및 인문대 건물, 조선대학교 본관 등이 내 기억에 남는다.
옛 건물로는 ‘월봉서원’을 꼽고 싶다. 지인에게 광주를 소개할 때 제일 먼저 찾는 코스가 월봉서원이고 다음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지역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하고, 영화나 드라마 배경화면으로 자주 등장할 수 있도록 홍보마케팅을 추진해야 한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꼭 봐야할 건축 TOP3 중 하나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꼽아 홍보효과가 대단했다. 유 교수는 영상에서 ‘도시 중심부에 있지만 선큰 광장으로 내려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고 평가했다.
2021년 KBS 방영한 ‘오월의 청춘’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아동문학가 김해원 작가가 쓴 어린이 소설 ‘오월의 달리기’ 원작으로 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사건으로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이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의 데이트와 로맨스를 통해 봄처럼 따스한 사람사는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모 방송국 스포츠 캐스터는 KIA 타이거즈가 12번째 우승을 차지한 순간 ‘광주,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습니다’고 말했다.
도시를 빛나게 하는 것은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 깃든 건축물도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 시민의 얼굴이고 도시 곳곳에 스며든 평범한 삶이다. 결국은 사람이 주체이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가 고향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광주의 이미지는 더욱 밝아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화·예술도시’와 더불어 삶의 가치가 더해지는 ‘인문도시’, ‘문학이 있는 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