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국격 흐름 역행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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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노벨문학상 국격 흐름 역행하는 정부

김다경 문화체육부 기자

김다경 문화체육부 기자
[취재수첩]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가운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무력이나 강압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작가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계엄령 하에 잔혹한 현실을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도의 혼란과 공포로 가득찬 광주. 군인들의 무자비한 폭력과 시민들의 저항 그리고 무고한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섬세한 묘사와 감각적 표현으로 쓰여졌다.

지난 10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에 놀라움과 감동을 줬다. ‘한강 신드롬’이 불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서점가에서 번역본과 한국어판 원서까지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제주4·3 등 굴곡진 역사를 주요 소재로 다루며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담아온 작가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이 증명되면서 그 문학적 성취는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로부터 약 2개월 만에 벌어진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민주화의 흐름을 역행하는 반민주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결정이었다.

한강 작가가 드높인 문화 강국의 위상과 국격은 한순간 바닥에 떨어졌다. 사회·경제에 찾아온 후폭풍은 거세다.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정부에 혼란과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 과거로 후진하는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었다.

역사 앞에 언제까지 귀를 막을 수는 없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위태로운 겨울 지나 찾아올 봄을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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