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깨우자] <6>전문가 제언 "특화 요소 발굴로 ‘정체성 확립’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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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깨우자] <6>전문가 제언 "특화 요소 발굴로 ‘정체성 확립’ 실현"

최근 문화·역사적 자산, 자연환경, 스토리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활용한 골목거리가 뜨고 있다. 광주 동구 동리단길, 남구 백운광장, 광산구 시리단길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들은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시대적 유행이나 도심 공동화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20·30대 젊은 층을 상징하는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각각의 거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고 싶은 곳, 걷고 싶은 길, 맛있는 음식점·카페로 골목상권을 브랜드화한 것이 주효했다.

이런 성공 배경에는 골목상권이 어떤 길을 선택하고 걸을지 결정한 지자체의 노력과 소상공인의 노력이 있었다. 다른 골목상권도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춰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전문가를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경록 광주연구원 첨단산업도시연구실장

“원도심 상권 대전환, A-BCD 모델 추진해야”

한경록 광주연구원 첨단산업도시연구실장



한경록 광주연구원 첨단산업도시연구실장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부인 방문을 이끌 수 있는 상권별 특화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쇠퇴하는 구도심의 가치 창출과 연결성을 강조했다.

구도심 다수가 공공기관 이전, 산업구조 변화,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광주 동구는 광주시청, 전남도청이 각각 서구 치평동(상무지구), 무안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구도심 상권이 급격히 침체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영광스러웠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충장축제, 아시아음식문화거리 조성 등을 했지만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역사·문화 자원과 도시 잠재력 있는 매력적인 도시임은 분명하다.

우선 양동전통시장을 비롯해 남광주시장, 말바우시장, 동구 동명동, 남구 양림동이 있다. 예술의 거리(궁동), 웨딩의 거리(불로동), 인쇄의 거리(서남동), 자동차의 거리(임동·신안동), 오리요리의 거리(유동·신안동) 등 다양한 특화거리가 형성됐다.

한경록 실장은 2015년 11월25일 정식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연계한 상업, 문화, 유통의 3대 기능을 특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실장은 “광주는 관광지로서의 골목, 지역특화거리, ○리단길 등 관광 유동인구가 형성된 공간을 이미 갖췄다”며 “골목관광상권으로 특화해 골목 특유의 공간성, 골목 상점의 콘텐츠 등 골목의 관광지화, 골목상권 간 연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허브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명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은 각각의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연결성이 부족해 섬처럼 떨어져 있다”며 “콘텐츠 개발은 물론 로컬크리에이터 중심의 골목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실장은 지자체, 상인회 등이 협업하는 글로컬 브랜딩 기반 원도심 상권 대전환 A-BCD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중심으로 상업경제(Business), 문화경제(Culture), 유통경제(Delivery) 중심지로 도약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ACC 중심 충장·금남 지상·지하 상권 부흥, 디지로그(Digilog) 상권 환경 조성, 쇼핑·문화·관광자원 연결 기반 로컬리즘으로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또 쇼핑거점, 관광거점, 문화거점 연결형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탄력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을 제안했다.

택티컬 어바니즘은 저예산 임시 프로젝트로 특정 아이디어를 현장에 구현하고 참여자의 반응을 사전 검증하는 소규모 도시계획 방법이다.

한 실장은 “상권 활성화는 무엇보다 상인회, 지자체 참여가 최우선이다. 대다수 1~2인이 점포를 운영하다 보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찾아가는 교육이 절실하다”며 “주차장 조성, 아케이드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은 오래 전부터 추진됐지만 회의, 담소 등을 나눌 수 있는 ‘다목적 복합공간’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지자체가 골목형 상점가 지정을 추진한 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골목상권이 더 어려워졌다”며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움직였다는 점은 좋은 현상이다. 상점가 지정 이후 사후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골목상권이 중소벤처기업부 등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만큼 특화 사업을 확대해 자생적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병효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장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딩’ 개발 나서야”

남병효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장



남병효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장은 ‘차별화된 로컬브랜드를 통한 정체성 확립’, ‘특화 콘텐츠를 통한 인구 증가 및 상권 활성화 유도’,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 구축’이 활발한 상권 만들기의 첫걸음이라고 제시했다.

현재 국내외 많은 도시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도시 브랜딩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를 통해 지역 콘텐츠와 자원을 활용해 지역 산업을 창출하는 지역 주도 성장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은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원주민이 떠나거나 영세 상점 등이 사라지면서 지역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

남병효 회장은 “문화예술과 인적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상권 활성화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형성된 지역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강릉시 안목해변 카페거리는 자연환경, 보행편의, 미래산업 육성을 브랜딩 요소로 내세워 상권 활성화, 소상공인·방문객 증가를 동시에 잡았다. 현재 이 거리는 ‘향긋한 커피 한잔에 강릉 바다를 담다’, ‘커피 마니아 천국’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펠바인(사과와인)의 거리는 중세시대의 도시경관 모습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계획을 수립·추진해, 사과와인을 판매하는 선술집 중심의 문화가 자리매김했다.

남 회장은 “동네 여행, 야간관광 등 지역 고유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역 정체성이 중요한 매력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탄소중립시대에 맞는 환경과 생태계, 기후변화 등을 생각하며 여행을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동명동은 젊은층 사이에서 카페와 맛집 등으로 인기를 얻어 ‘동리단길’이라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이에 광주시, 동구에서도 주목하는 핫플레이스로 부각됐지만 임차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동명상생협의회가 주도해 2019년 8월 동명동 건물주와 상가 임차인 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는 결실을 얻었다. 이어 동구가 2019년 6월 ‘지역상권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동명동 상권은 점차 안정화됐다.

남 회장은 “동명동은 접근성이 용이하고 풍부한 인문자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콘텐츠가 부족하고 커피 이외에 다양한 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다”며 “다양한 문화예술이 함께 하는 로컬타운 조성과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캐릭터 상품·로고 개발 등 브랜드 스토리 구축, 특화 골목길 조성, 메뉴 개발과 로컬크리에이터, SNS 등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광장 내 버스킹, 밴드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컨설팅, 창업교육, 추진단 구성 등으로 골목상권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회장은 “소상공인, 창작자, 여행자 등을 연계해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이런 기회를 통해 지역 기반의 사회적 가치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된다”며 “로컬 콘텐츠타운 브랜딩으로 고용 창출 활성화와 대표적인 거점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로컬 생태계 기반의 음식점, 공예점, 카페 등 다양한 로컬 브랜드와 제조업이 연계해 특색 있는 골목상권이 형성된다”고 제언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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