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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시인·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
특히 한강의 노벨상 수상식이나 비상계엄령 선포 등을 시제로 다룬 시들도 간간이 있었는데, 시대의 첨예한 첨병으로서의 시의 역할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예비 시인들의 시를 읽는다는 건 늘 기껍고 설레는 일이다. 거기에는 우리 시의 과거와 미래, 그러니까 정전화된 시적인 것과 가능태로서의 시적인 것이 충돌하면서 내뿜는 에너지가 꿈틀거리며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가 무엇이었고, 미래의 시가 무엇이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담보하는 시들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신인에게 기대하는 시적 에너지로서의 열도(熱度), 시적 도전으로서의 신선도(新鮮度), 그리고 시적 훈련으로서의 완성도(完成度) 또한 심사의 기준이었다. 자신의 체험이나 현실적 서사에 함몰되어 시적 긴장과 응집력을 놓치는 작품들을 먼저 놓았다.
최종적으로 시적 개성이 뚜렷한 네 분의 작품이 남았다. ‘순환도로’ 외 4편은 순환도로, 회전교차로, 콘크리트, 주차선, 바퀴와 같은 도시 문명의 상징적 오브제들을 통해 도시인의 삶을 통찰한다. 굵고 간결한 직진의 시적 사유와 그 전개에 호감이 갔다. ‘나무 안에 소리가 산다’ 외 4편은 서정적 통찰을 발견의 묘사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 쓰기의 연륜이 읽혔다. 잘 조율되고 다듬어진 고백의 숨결이 자연스럽게 독자를 끌어당기곤 했다. 그러나 이 두 분의 시편들에서 아쉬웠던 것은 신인에게 기대하는 시적 도전으로서의 새로움이었다.
‘테트라포드’ 외 4편은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던 작품이다. 사물의 물질성과 구도를 투시하는 감각과 사유를 현실과 잇대 놓는 튼실한 연결고리가 미덕이었다. 그러나 다소 설명적이었던 다른 작품들과의 편차가 아쉬웠다.
최종적으로 ‘아오키가하라’ 외 4편을 당선작으로 내놓는다. 언어와 감정과 의미를 다루고 다스릴 줄 안다는 믿음이 갔다. 그것들을 엮는 시적 짜임새에 군더더기가 없고, 감각과 상상력은 물론 시적 시선이 새로웠다. “외로움이란 자꾸 발견되는 이상기후”, “외로움은 누군가가 주목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처럼, 감정과 의미와 묘사와 통찰이 어우러진 밑줄을 긋고 싶은 발견의 문장들 또한 매혹적이었다.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균질하면서 안정된 시적 열도와 완성도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비록 당선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최종 심사 대상자를 비롯해 응모자 모두에게 힘찬 정진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