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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佛’(Red Budd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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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몰아치는 정적의 감실불’(A still enshrined Buddha in a blizzard) |
이번 개인전은 2010년 부산에서 22번째 개인전을 연 이후 15년만에 마련된 자리다.
특히 그의 운주사 작업은 사계에 걸쳐 13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머리카락이 없는 그를 운주사 산야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스님이나 도사로 바라봤다.
그곳에서 살다시피하면서 작업을 하다보니 스님들 또한 그를 다 알아볼 정도로 거의 상주하며 작업에 매진해 태어난 작품이 운주사 천불천탑이다. 운주사 천불천탑하면 화단에서 그가 떠오를 정도다.
그가 이처럼 운주사에 빠진데는 2013년 3월 전남 담양 남면 독수정에서 매화를 작업하던 중 이곳 정원 돌탑에서 기도와 소원의 희망이 운주사 항아리 돌탑으로 이어지면서 작업이 시작됐다. 매일매일 매화를 그리던 중에도 둥근 탑이 화폭보다 가슴에 먼저 그려지자 매화 작업을 마무리한 뒤 운주사로 달려가 40호 크기로 운주사를 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인 120여점 중 40여점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호나 80호 넘는 작품이 절반에 달한다. 모두 그림 밑에 작가 사인이 없는 작품들이다.
그것은 작가가 작품을 도난당한 적이 있었는데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3~4단계까지는 조사가 됐으나 그 이후에는 전혀 조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자 도난당한 작품을 자신이 반대로 매입해 제 자리로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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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실불’(龕室佛, Enshrined Budd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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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칠 화가 |
애초 작가는 서예와 울산 반구대에서 벌였던 현장작업들을 전시로 선보이려고 했으나 12·3비상계엄이 발발하면서 미륵세상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해 운주사 전시로 바꿔 선보이게 됐다. 그는 12·3비상계엄으로 어두운 나라가 된 것에 분노의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와불이 일어나다’라는 제목으로 정한 이유다. 작가는 대한민국이 새롭게 바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시에 투영하고 있다. 전시에는 12·3비상계엄 이후 작업한 5점도 출품한다.
그는 운주사에서 스케치를 하면서 ‘입석불’, ‘와불’, ‘좌불’, ‘감실불’, ‘탑’ 등의 작품을 두루 작업했다.
그의 작업 초창기에는 고인돌 마을 등처럼 갈필법을 구사했지만 지금은 갈필법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는 갈필법처럼 갈필의 효과를 내고 있을 뿐이다. 갈필법은 서예나 동양화에서 많이 쓰는 기법이다.
정찬주 소설가는 해설을 통해 “그의 운주사 겨울 풍경 작품을 보면 마치 눈보라가 그림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다”면서 “그에게 인생 선배로서 고담이라는 호를 지어준 적이 있다. 그는 몹시 쑥스러워했지만 고희를 넘긴 나이이니 괜찮다고 권하니 받아들였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저돌적으로, 필사적으로 화업에 매달려 왔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해낸 작가야말로 남도에 사는 향토화가로서 세계성을 선취했다고 봐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가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2003년 첫 서예개인전 이후 22년만에 두번째 서예개인전을 오는 10월 계획하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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