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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호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스마트전기자동차과 교수·한국화재감식학회 국제협력이사 |
특히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라스트 마일’ 교통수단으로서의 유용성이 부각되며, 도시 내 이동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 또한 이용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위험이 숨어 있다. 바로 PM의 주요 동력원인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다.
배터리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사용자 안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해 일상 속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는 총 678건에 달하며, 이 중 전동 킥보드에서 발생한 사고는 485건으로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이 수치는 단순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PM이 급속히 보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안전관리 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지난 7월 13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PM 배터리 충전 중 일어난 것으로 추정돼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인해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단순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공공안전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례가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재충전이 가능해 각종 휴대기기와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전동 이동수단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에는 고유한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 과충전, 고온 노출, 외부 충격, 내부 단락 등의 복합적 조건이 맞물리면 내부 화학 반응이 폭주하면서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배터리 셀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인접 셀로 연쇄 반응이 이어지고, 그 결과 단시간 내 폭발이나 대형 화재로 확산될 수 있다. 비인증 배터리나 충전기 사용, 장시간 충전 중 자리를 비우는 행위, 밀폐된 공간이나 대피 통로 인근에서의 충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들은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기술보다도 사용자 인식 부족이 더 큰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실천은 정품 제품 사용이다. KC 인증을 받은 정품 배터리와 충전기는 과전류 차단, 온도 감지, 셀 밸런싱 등 다양한 보호장치를 내장하고 있어 사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시중에 유통되는 저가형 비인증 제품은 이러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거나 품질이 검증되지 않아 사용 자체가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가격보다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충전 장소의 선택 역시 매우 중요하다. 환기가 잘되고, 주변에 가연성 물질이 없는 공간에서 충전해야 하며, 현관, 복도, 계단, 비상구 등 대피 동선상 위치에서는 절대로 충전해서는 안 된다.
실제 화재 사례들을 보면 출입구 근처에서의 충전으로 인해 화재 발생 시 대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배터리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이상한 냄새, 과도한 발열, 배터리 팽창 등 비정상적인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전문가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배터리를 폐기할 경우에도 반드시 단자에 절연테이프를 감고, 지자체의 폐전지 수거함이나 제조사의 회수 경로를 통해 정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배터리는 수거·운반 중 외부 충격에 의해 2차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
이제는 화재 예방이 단순히 개인의 책임이나 주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 지자체, 플랫폼 운영사, 제조사 등 모든 이해 주체가 참여하는 다층적이고 구조적인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불법 배터리 유통 및 온라인 판매 단속 강화, 공공 충전소의 안전 인증 제도 도입, 사용자 대상 안전 교육 콘텐츠 제공, 배터리 이력 추적 시스템 도입, 폐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 체계의 디지털화와 투명화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미래형 교통수단으로서 분명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나 ‘안전’이라는 기반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단 한 번의 부주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사용자 개개인의 행동 변화와 더불어 제도적 보완, 기술적 안전장치 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놓치고 있었던 배터리 안전의 사각지대. 이제는 그 그림자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할 때다. 기술이 진정으로 유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이라는 신뢰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