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 경력, 버리지 말고 ‘번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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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 경력, 버리지 말고 ‘번역’하라

박성우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 멘토

박성우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 멘토
중·장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는 제대군인에게 전역은 새로운 도전이자 희망찬 출발이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군 경력자들은 이미 추진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군이라는 특수 조직의 언어와 경험이 민간 기업 채용 담당자에게는 ‘외국어’처럼 느껴질 수 있다. 성공적인 전직의 핵심은 군 경력을 민간 사회의 언어와 직무로 정확히 ‘번역’해내는 데 있다.

민간 기업이 구인하는 인재는 명확한 직무 기술을 기반으로 선발된다. 군 직무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무 분류로 변환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번역’ 과정이다. 육군 보병 장교의 부대 지휘 및 훈련 계획 수립 역량은 경영기획, 인사관리, 총무, 산업안전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해군 항해 장교의 함정 항해 능력은 선박 운항, 해상 교통 관제로, 공군 보급수송 부사관의 보급품 관리 역량은 창고 관리, 물류 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군 경력의 사회적 활용도를 높이는 강력한 ‘번역 도구’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군 경력을 일반적인 사회 경력 용어로 변환하면,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중의 AI 도구로 지원 기업의 비전과 경영철학을 분석해 면접을 준비할 수 있다. 채용 공고를 참고해 AI에게 초안을 작성하게 한 후, 자신의 구체적인 사례를 추가하는 방식도 유용하다. 음성 기능을 활용한 모의 면접을 통해 답변을 개선할 수도 있다.

이력서는 지원자의 성과를 소개하는 마케팅 도구다. 경력 사항을 객관적인 데이터와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류 절감안 실행으로 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데 기여했다’와 같이 계량화된 수치를 제시하면 신뢰감을 줄 수있다. CAR(Context, Action, Result) 기법을 활용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직무를 담당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경력직 지원 시 자기소개서에는 군과 새로 지원할 회사 간의 ‘연결점’을 제시해야 한다.

면접은 취업의 당락을 결정하는 최종 관문이며, 그 비중이 60~70%에 달한다. 군에서 쌓은 책임감, 성실함,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 등의 역량을 민간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전역 사유를 질문받을 경우,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답변은 피하고, 지원 분야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기회를 기다렸다는 요지가 포함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국가보훈부는 제대군인지원센터를 통해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 10개 권역에 센터를 운영하며, 직업상담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이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는 전담 상담사를 배정해 경력 목표 설정부터 심리적 안정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직업능력개발 교육비 지원, 전직지원금 지급, 전문교육기관 위탁교육, 선후배 멘토링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필자도 꾸준히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 멘토로 활동하며 순회 워크숍에서 강의를 진행했으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제대군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군 경력은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유니크한 스펙이다. 군에서 배운 단단한 멘탈과 책임감은 어떤 조직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무기를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치밀하게 ‘번역’하는 노력과 국가의 든든한 지원을 활용하는 지혜뿐이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성공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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