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WE: 詩 - 광복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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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WE: 詩 - 광복을 노래하다

김석기 광주지방보훈청장

김석기 광주지방보훈청장
광복 80주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광복 80주년 슬로건은 ‘빛나는 발걸음, 새로운 길’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량을 이어받아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염원을 표현한 것으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인용했다.

광주지방보훈청에서도 뜻깊은 해인 만큼 새로운 역사콘텐츠의 개발·활용방안을 모색했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가장 오래된 독립운동을 가장 트랜디한 방식으로 되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여러 차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보훈 문화와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젊은 층에 소구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는 8월 11일 오후 3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WE: 詩-광복을 노래하다’ AI음원 쇼케이스 및 콘서트이다.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인 윤동주(서시), 이육사(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심훈(그날이 오면), 한용운(님의 침묵) 등 6인의 시를 AI가 감정과 구조를 분석해 멜로디를 창작하고, 시어가 포함된 가사를 입힌 창작곡이 첫선을 보이는 것이다.

작곡은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교수가 개발한 한국 최초 AI작곡가 ‘이봄(EVOM)’을 통해 이뤄졌다.

안 교수는 화성학 같은 기초적인 음악 이론들을 학습시킨 ‘이봄’이 저항시에 담긴 감정과 구조를 살린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만들어진 음악의 품질을 측정해 우수한 것들을 추려내고, 이들을 재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수만 개의 곡을 만들었다가 하나로 수렴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 ‘고요한 기다림’이다. 애국선열들이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도 해방된 조국을 꿈꾸며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벌였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곡이 AI를 통해 탄생한 것이다.

노래는 ‘악단광칠’이 부른다. ‘악단광칠’은 한국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연하는 악단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악단을 결성한 해가 광복 70주년이어서 광칠이란 이름이 붙었다. 광칠이 광팔을 노래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화두는 단연 AI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됐다.

작년 모 기관의 작곡 공모전에서 우승 곡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AI 창작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적이 있었다. AI는 특히 문화,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급속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보훈 문화가 과학기술과 융합돼야 하는 이유다.

보훈의 역사와 문화콘텐츠는 세대·연령의 차이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이 폭넓게 몰입하고 참여할 수 있는 범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자발적으로, 흥미롭게 수용되고 향유되어야 한다. 그것이 ‘모두의 보훈’이다.

이번 콘서트는 ‘AI 중심도시 광주’에서 보훈과 AI가 융합한 첫 번째 사례다.

독립·호국·민주의 역사가 모두 살아 숨 쉬는 ‘의향 광주’의 상징성을 살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와 관심을 끌고 있는 에니메이션, 캐릭터 등까지 보훈의 역사와 문화를 접목시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첫 번째 시도가 모두의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마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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