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소망을 비는 달, 변명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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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세평]소망을 비는 달, 변명의 달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1957년 10월 4일 구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 위성이 발사됐다.

구소련은 그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11월 3일에 살아있는 개를 태운 스푸투니크 2호 발사에 성공한다. 스푸트니크 1호는 83.6㎏ 원형 캡술 형태였다.

이 인공위성은 지구궤도를 시속 3만㎞의l 속도로 돌았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데 96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소련의 스푸투니그 계획은 지난 1957년부터 1962년까지 지속되면서 발사체 개발,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태양계 탐사로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첨단무기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소련을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미국의 충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미국의 언론들은 소련의 스푸투니크 인공위성 발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성공을 자유주의와의 경쟁에서 공산주의의 승리로 묘사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에 자극을 받아 우주탐사 분야에서 소련에게 뒤처지지 않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의 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소련의 스푸투니크 인공위성 발사 성공은 소련과 미국의 우주탐사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미국은 1958년 여러 기관들을 통합해 미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한다.

미항공우주국은 설립 직후 바로 유인우주비행계획인 ‘머큐리계획’에 들어간다.

그 결과 1961년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앨런 셰퍼드 주니어를 실은 머큐리 프리덤 7호 발사와 비행에 성공한다.

196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는 10년 내에 인류를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선언을 한다. 이후 달 탐사계획이 급진전되면서 아폴로 11호가 1969년 7월 16일 달 표면에 착륙함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된다.

인류가 달에 착륙하기 전까지 달은 인간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달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 삶에 다양한 영향을 끼쳐왔다. 달은 지구의 조수 형성과 지구의 자전축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안정적인 기후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리고 달은 지구의 밤하늘을 빛나게 하는 광원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달은 인류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많은 신화와 이야기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달은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달은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순환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간주됐고, 고대인에게 달은 신비와 두려움이 상징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봤던 달은 낭만 그 자체였다.

달은 혼자 빛날 수 없다. 달빛이 없는 칠흑같은 밤이라도 좋은 날씨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별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달빛으로 물든 세상 밖으로 어머니의 소원이 은하수처럼 흘러간다. 자식들이 잘 되길 바라는 소망이 은하수를 따라 정화수를 담은 그릇에서 달로 이어진다.

그런데 달의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 변명의 달로 바뀌고 있다.

김건희 씨는 구속 기소 다음 날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빛나듯’이라는 말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호수 위 달 그림자를 쫓는 느낌’이라며 자신의 행위로 인한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이 대통령다웠다면 호수 위를 비추는 달이 얼마나 고요하고 낭만적인지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가장 어두운 밤을 비추는 것이 달빛 뿐만 아니라 무수한 별빛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었다면 낄낄빠빠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건희 씨는 자신을 가장 어두운 밤을 비추는 달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별의별 의문을 쫓고 있는 하루하루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말을 빌려보자.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이런 태도로 국정을 운영했다면 달을 변명의 도구로 삼지 못했을 것이다.

달은 지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춤을 추고 있다. 달은 인류가 살고 있는 짧은 생애 동안 느낄 수도 없는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원형이다.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달을 자신의 변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가벼움이 괴롭다. 곧 있으면 가장 아름다운 달이 가장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한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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