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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춘옥 도의원 |
섬·농어촌이 많은 전남의 특성상 지역별로 조리 종사자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식수인원의 편차가 크다. 단편적으로 종사자 1인당 식수인원의 평균은 63.5명이나, 대규모 학교에서는 1인당 100~130여명에 이른다. 병원이나 공공기관의 조리 인원 기준이 50~70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얼마나 과중한지 알 수 있다.
반복되는 과중한 노동은 곧 건강 문제로 드러난다. 급식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 손가락 변형, 폐질환 등으로 병원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2023년 전라남도교육청이 실시한 폐암 추적검진에서는 검사자의 90%가량이 이상 소견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관리 부족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구조적인 직업병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전남도교육청 현업 업무 종사자들에게서 발생한 산재의 대다수가 급식 종사자들에게 발생했으며, 산재 유형 또한 넘어짐, 화상, 절단 등 급식실 특유의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조리실무사에게 사고가 집중되는 것은 현장의 노동 강도가 얼마나 과중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급식 종사자가 자리를 비울 때는 대체인력이 업무를 대신한다. 그러나 대체 인력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 단위에는 2명, 군 단위에는 1명에 불과한 대체 인력으로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이 생겨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결국 남은 인력이 과중한 업무를 떠안게 되고, 이는 다시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여기에다 휴게실과 샤워실 같은 기본적인 근무 환경조차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학교가 대다수다. 오래된 학교는 물론, 신설 학교조차 설계 단계에서부터 종사자의 휴게 공간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예산 문제를 넘어 인권과 복지에 대한 무관심의 단면이다.
학교급식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다. 아이들에 건강과 학부모의 신뢰,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으로서 학교급식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임금 몇 푼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안전망을 지키고 아이들에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노동자가 존중받을 때, 우리 아이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급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이들 밥이니 참고 견디라”는 말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교육당국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인력 배치 기준을 마련해, 대규모 학교에 집중된 과도한 노동을 분산시키고, 대체 인력을 충분히 확충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급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모든 학교의 휴게시설 실태를 전수조사해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앞으로 신설되는 학교에는 휴게 공간과 위생 시설을 설계 단계부터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종사자들의 건강검진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전처리 지원과 자동화 설비 도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밥상은 종사자들의 건강하고 안전이 보장된 노동 위에서 지켜낼 수 있다. 더 이상 누군가의 희생에 기대어 아이들의 급식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이 따뜻한 한 끼로, 건강한 전남교육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학교급식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임을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길 진심을 담아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