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멈춘 심장 되살리는 기적…당신도 할 수 있다
검색 입력폼
기고

[기고]멈춘 심장 되살리는 기적…당신도 할 수 있다

최정식 광주 서부소방서장

최정식 광주 서부소방서장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직업인 소방공무원은 누군가가 처한 위기에 손길을 전해 그를 구하고 살려내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힘들지만 매력적이다.

재난 또는 응급상황에서 그를 도우는 것,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결국 해냈을 땐 너무나도 뿌듯한 일이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현장 하나하나 모두가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정말이지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이란 심장의 박동과 폐의 활동이 멎은 상태에서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를 통해 혈액을 다시 순환시키고 호흡이 돌아오도록 하는 응급처치 방법이다.

심정지 환자에게 ‘골든타임’은 4분 이내다.

골든타임이란 어떤 일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대라는 뜻으로, 심정지 후 4분이 경과하면 1분마다 생존율이 7~10%씩 떨어진다.

하지만 심정지 환자 역시 신고접수와 출동, 현장 도착까지 최소한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4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다.

그래서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최초 목격자가 용기를 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이 골든타임을 지켜내는 관건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급성심정지는 약 3만3000여건에 달하며, 의료인을 제외한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전년 대비 0.4% 증가한 30.2%로 나타났다.

일반인의 시행률이 꾸준히 상승하고는 있으나, 주요 선진국은 40~50%에 달하는 점에 비추어보면, 더욱 적극적인 교육과 실천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 심폐소생술은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반응 확인이다.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본다.

둘째, 119에 신고하기다. 주변 특정인을 지칭해 큰소리로 119신고를 부탁하고 자동제세동기(AED)를 가져다줄 것을 요청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직접 119에 신고하고 구급상황요원의 지도에 따른다.

셋째, 호흡 확인이다. 일반인의 경우 호흡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구급상황요원의 안내에 따라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비정상 호흡인지 확인한다.

넷째, 가슴압박이다. 환자를 바로 누운 자세로 눕힌 뒤 환자 옆에서 무릎을 꿇은 자세로 가슴 정중앙(복장뼈의 아래쪽 1/2)에 깍지 낀 자세로 압박을 실시한다.

양팔은 쭉펴 90도 각도를 유지하며 성인 기준 약 5㎝ 깊이로 가슴압박을 30회 실시한다. 이때 각각 가슴압박 후에는 가슴이 다시 충분히 올라오도록 이완시켜 혈류가 심장으로 잘 채워지도록 한다.

다섯째, 인공호흡이다. 환자의 턱을 당겨 기도를 개방시킨 후 엄지와 검지로 환자의 코를 잡아 막고, 2회 숨을 불어 넣는다. 이때, 환자의 가슴 상승이 확인될 정도의 호흡량을 1초간 불어넣고,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도록 한다.

여섯째, 자동제세동기가 있는 경우 사용한다. 환자 상의를 벗긴 후, 두 개의 패드를 기계 내 그려진 부착 위치와 음성 안내에 따라 붙인다.

패드에 연결된 선을 기계에 꽂고 ‘심장리듬 분석 중’이라는 음성이 나오면 환자에게서 모두 떨어진다.

이후 ‘제세동 필요’라는 음성이 나오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 제세동 버튼을 누른다. 제세동 직후 즉시 가슴압박을 다시 시작하고,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을 반복 실시한다.

심폐소생술은 익히고 나면 어렵지 않은 것임에도 당장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어렵게만 생각해 배우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4월 서부소방서가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대회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로 구성된 팀이 몇 달간의 연습을 거쳐, 성인 팀들을 제치고 최우수상(1위)이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뤄낸 성과는 단순히 대회 성적을 넘어 “심폐소생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깊은 울림이었다.

장소와 시간, 사람에 관계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심정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생존과는 점점 멀어지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에 점점 가까워진다.

30번의 흉부압박과 2번의 인공호흡으로 멈춘 심장을 다시 되살리는 기적,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