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순사건 유족회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변호사 A씨는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희생자 3명의 유족이 받을 형사보상금 7억2000만원을 수령한 뒤 절반 가까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이 수개월째 반환을 요구했지만, A씨는 “정산 중”이라며 6억여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국민신문고 진정과 경찰 고소, 기자회견까지 이어가며 항의 중이다. 재심 무죄 판결이 나왔던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지난 10일 기자회견까지 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일부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다.
현재 여순사건 피해자 유족의 손해배상·형사보상 소송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지만, 보상금 지급 구조가 변호사 개인의 통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변호사 계좌로 일괄 지급하면, 변호사가 각 유족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법적 감시·회계 투명성 확보 장치가 없다.
일부 변호사는 보상금의 20~30%를 성공보수로 요구하거나, 브로커를 동원해 소송인을 모집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최근에는 비교적 합리적인 5.5%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지만, 브로커 개입 시 수임료가 다시 급등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유족회 관계자는 “20%를 요구하던 변호사가 ‘흥정’ 끝에 9%로 낮춘 경우도 있다”며 “브로커까지 끼면 유족 몫은 절반 이하로 줄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피해가 속출하자 일부에서는 국가가 뒤늦게나마 책임을 인정했으면, 보상금 집행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형사보상금 지급을 유족 개인 명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거나, 법원 공탁 제도와 연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유족들이 스스로 법률 대리인을 검증할 수 있도록 공공 변호사단 또는 피해자 지원센터 신설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여순사건 재심을 맡았던 서동용 변호사(전 국회의원)는 “변호사가 피해자의 배·보상금을 미루거나 사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억울한 죽음으로 한 번, 명예 회복 뒤에 또 한 번 유족을 울리는 건 국가의 책임 회피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와 순천 일대에서 발생한 국군 14연대의 봉기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 수천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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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1 (화) 2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