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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이자 부당한 지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규정은 바뀌어도 조직문화가 따라오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회의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6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의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표현은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견책부터 파면까지 가능했던 기존 징계 기준 역시 조정된다. 상관의 지휘·감독과 관련해 공무원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지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명문화됐다.
의견제시·이행거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는 금지 규정도 담겼다. 사실상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이 첫 법적 근거를 갖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는 ‘기대 반 걱정 반’의 분위기다.
일단, 오랜 기간 공직의 독립성·공정성을 훼손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복종’ 표현이 사라진 만큼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급자 손에 승진·평정 등 인사권이 좌지우지되는 집중된 구조에서 부당 지시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관행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공노는 “76년간 공무원 노동자를 옭아매 왔던 ‘복종의 의무’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며 “공무원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규정했던 낡은 질서를 타파하고, 위법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명시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법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 명시는 공직사회가 다시는 헌법 유린의 도구가 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위법한 지시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헌법적 의무이며, 권력의 사병이 되지 않겠다는 공무원의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위법한 명령’의 해석 기준이 모호한 데다, 상·하급자 간 갈등만 키워 공직기강을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직 문화는 여전히 상급자의 평가·인사권이 절대적인 만큼, 이행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지방 공무원은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법성 판단 기준이 모호해 직원들 간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며 “불이익 금지 조항이 있다 해도 현장에서 실제 보호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1949년 법 제정 당시 ‘공무원은 상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과 함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었다. 그러나 1963년 박정희 정권에서 전면 개정되면서 ‘의견 진술’ 조항이 삭제됐고, 이후 관료조직의 상명하복 문화는 더욱 고착화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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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6 (수) 2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