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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버스를 기다리는 구로공단의 여성들’(1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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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
이는 주로 서울과 부산권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2024년 오지호미술상을 수상한 방정아 작가(57·부산)의 작품 활동 이면에 대해 전시 오픈 전 광주시립미술관 한 학예사의 설명이다. 특히 방정아 작가의 예술과 오지호미술상이 지향하는 가치가 만나는 지점을 조망해보면 전시를 더욱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다. 또 실제 작가가 예술과 공동체 실천 사이에서 고민한다는 점에서 오지호 선생의 시대를 읽는 회화정신의 일면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방 작가는 영남권에서 꾸준하게 진보미술운동과 함께 사회변혁을 위한 행보를 예술로서 보여온 행적과 궤를 함께 한다. 이런 방 작가의 전시가 지난 11월 21일 개막, 오는 2026년 1월 18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5, 6전시실에서 작가의 리얼리즘이 집약된 ‘묻다, 묻다’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다. 출품작은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43점.
이번 전시는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과 실존에 주목한 ‘방정아 리얼리즘’을 살펴본다. 전시는 ‘사회’, ‘여성’, ‘생태’, ‘일상’ 등 작가 작업의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먼저 ‘사회’ 섹션은 신작 ‘묻다, 묻다’(2025)를 중심으로 초기작부터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구로공단의 여성들’(1991)과 ‘얼룩진 손’(2015), ‘팠어, 나왔어’(2021) 등 현재까지 이어진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읽힌다. 작가는 정치 구호 대신 위트와 솔직한 시선으로 현대 사회상을 해석하며, 민중미술의 거대 담론을 넘어 일상의 언어로 사회 모순을 드러내는 리얼리즘을 구축해왔다.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구로공단의 여성들’(1991)과 ‘얼룩진 손’(2015)은 노동자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팠어, 나왔어’(2021)는 주한미군 기지로 인한 환경 오염과 그것이 야기한 국제정치적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출품작 중 그의 시대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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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에 파묻혀 살고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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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디오니소스’(2023) |
룬 작품을 살펴본다. 재개발 속 지워지는 개인의 흔적을 다룬 ‘재개발구역의 오동춘’(2008),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을 직시한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2021), 핵발전의 위험을 경고하는 ‘핵헥 Nuclear Nuclear’(2016), 소, 닭, 돼지를 보살로 호명하는 ‘삼보살’(2012), 인간의 어두움을 검은 개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검은 개-어둠 속에서 보기’(2024), 로드킬로 죽은 생명을 추모하는 ‘흩어지고 있었어’(2025) 등이 생태 위기의 양상을 드러낸다. 소, 닭, 돼지를 보살로 호명하는 ‘삼보살’(2012), 인간의 어두움을 검은 개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검은 개-어둠 속에서 보기’(2024), 로드킬로 죽은 생명을 추모하는 ‘흩어지고 있었어’(2025)는 인간 중심 세계관의 폐해를 드러낸다. 최근의 폐현수막과 버려진 천을 재활용한 대형 걸개 작업은 재사용 자체로 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을 보여주며, 형광빛 녹색 선의 드로잉은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체하며 연결된 생태계의 본질을 시각화한다.
이외에 ‘일상’ 섹션은 ‘좀 흔들리면 어때’(2023), ‘열정을 대하는 태도’(2022), ‘잠시 디오니소스’(2023), ‘새로운 시선’(2001) 등이 출품된 가운데 위트와 냉소, 위로가 어우러진 일상의 단편에서 방정아 서사 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뉴스와 관찰, 자신의 경험에서 발견한 시대의 풍경을 ‘일상 읽기’라는 방식으로 화면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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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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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방정아 작가 |
전시장에는 작가의 주요 작품과 함께 작가&비평가 대담 인터뷰 영상도 상영된다. 이 영상은 전시 도록에 기고한 비평가 조은정(미술사가)과 양진호(철학자, 조선대학교 외래교수)의 질문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작가의 작업 세계와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로 제공된다.
방정아 작가는 홍익대와 동서대 IT & 영상전문대학원 영상디자인과를 졸업,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작가는 위트와 솔직함을 겸비한 시각 언어로 자신만의 리얼리즘을 구축하며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24 오지호미술상 심사위원회는 작가가 형상미술의 문맥을 지키면서도 기후변화, 젠더 문제 등 동시대 핵심 이슈를 다루며 회화의 독자성을 제시해온 점을 높이 평가해 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앞서 작가는 2002년 하정웅청년작가전 ‘2002 빛’전, 2021년 올해의 작가상 후보(국립현대미술관)에 선정된 바 있으며, 2023년 구본주예술상(구본주기념사업회)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 오지호미술상 본상 수상자로는 한희원 작가(70·광주), 특별상 수상자로는 박성완 작가(39·광주)가 각각 선정된 바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5.12.10 (수) 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