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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차 외부 인터페이스(eHMI) 유형별 시각적 표현 |
이번 연구는 그동안 보행자 단독 상황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eHMI 연구의 한계를 넘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운전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실제 도로 환경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해 기술 효과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15일 “AI융합학과 김승준 교수 연구팀이 자율주행차와 도로 이용자 간 안전하고 명확한 소통을 돕는 새로운 외부 인간-기계 인터페이스(eHMI·external Human-Machine Interface)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는 운전자와 보행자 간 눈맞춤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주변 도로 이용자에게 자신의 의도와 행동을 명확히 전달하는 eHMI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자율주행차와 보행자 간 1대1 상황을 가정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수의 교통 주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현실 도로 환경에서는 오해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락 기반 eHMI’ 설계 방향을 제시하고, 자율주행차 외부 신호를 △신호 없음(No eHMI) △단순 양보 의사만 표시하는 기본 신호(No Context) △양보 대상 표시(Whom) △정지 시점 표시(When) △정지 위치 표시(Where)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효과를 비교했다.
모든 신호는 국제 표준 교통신호와 혼동되지 않도록 독자적인 색상·심벌 체계를 적용하고, 차량 전면·측면·후면에 동일하게 표시되도록 설계했다.
실험에는 보행자·자전거 이용자·일반 차량 운전자 등 총 42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보행자에게는 머리에 착용하는 VR 헤드셋(HMD)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실제 페달 조작과 속도 변화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실내 고정식 자전거 장비(자전거 트레이너) △운전자에게는 실제 운전 환경을 모사한 차량 시뮬레이터를 각각 적용해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가상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차와 동시에 상호작용하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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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 기반 다중 사용자 평가 플랫폼의 실험 환경 구성. |
연구 결과, ‘양보 대상’을 명확히 표시하는 ‘대상 정보(Whom)’ 신호가 모든 평가 지표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양보 대상이 분명할수록 도로 이용자들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렸으며, 안전감과 신뢰도, 명확성에 대한 주관적 평가 역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외부 신호가 전혀 없는 경우는 모든 지표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고, 단순 양보 의사만 표시하는 기본 신호는 혼란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점 정보(When)’와 ‘위치 정보(Where)’ 신호 역시 신호가 없는 경우보다 높은 신뢰도와 안전성을 보였으며, 잘못된 해석으로 인한 행동 오류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피부 전기 반응을 이용해 긴장·불안 수준을 판단하는 생체신호(EDA) 분석에서도, ‘대상 정보(Whom)’ 신호가 제공될 때 참가자들의 심리적 긴장이 줄어드는 경향도 확인됐다.
참여자 인터뷰에서도 “신호의 대상이 명확해 이해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제1저자인 강유민 박사과정생은 “실제 도로 환경에서는 다양한 교통 주체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이번 연구는 현실적인 교통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와 도로 이용자 간 오해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인터페이스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김승준 교수는 “자율주행차가 단순히 ‘양보한다’는 사실을 넘어서 ‘누구에게, 언제, 어디에서 양보하는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미래 교통 안전의 핵심”이라며 “이번 연구는 다중 교통 주체 환경을 반영한 eHMI 검증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ACM 학술지 PACM IMWUT에 게재됐으며, 지난 10월 15일 국제 학술대회 ‘UbiComp 2025’에서 발표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GIST-MIT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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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GIST 김승준 교수·강유민 박사과정생·박정주 석사과정생, University of Washington 황석현 박사과정생, GIST 성민우·김광빈 박사과정생. |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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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6 (화) 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