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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선 전남도 보건복지국장 |
시골에서 자란 내게 이 같은 풍경은 지금도 마음 한켠을 데워주는 정겨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비록 지금은 추억 속으로 조금씩 묻혀 가고 있지만, 그 시절에는 이웃의 안부를 살피며 안부를 나누던 따뜻한 정이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우리 곁에는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분과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쓸쓸히 혼자 생을 마감하는 이웃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며칠, 혹은 몇 주간 연락이 끊긴 뒤 뒤늦게 발견되는 안타까운 소식들. 그분들의 부재를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는 특정 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전 연령과 계층에서 폭넓게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작년 한 해만 전국적으로 3924명, 전남에서도 112명의 도민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특히 50~6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5배나 높게 나타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남도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도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찾아가는 복지’와 ‘촘촘한 인적 안전망’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6년까지 고독사를 100명 이하로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선제적 고독사 예방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남도는 ‘찾아가는 복지’를 위해 2023년 고독사 예방 조례를 제정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매년 실태조사와 위험군 발굴을 꾸준히 이어가며 지금도 920명의 고독사 위험군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안부 확인, 의료·건강관리, 생계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 지원이 그것이다.
특히 지원 대상도 고령층뿐 아니라 중장년 1인 가구, 우울·자살 고위험군, 저장 강박 세대 등 다양한 층으로 확대하였다.
올해는 도내 22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고독사 예방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총 45억원을 투입해 △위험군 조기 발굴 △정기적인 안부 확인 △사회적 관계 회복 프로그램 △도배·청소 등 주거환경 개선 △유가족·유품 지원까지 전 과정에 걸쳐 체계적인 예방체계를 마련했다.
내년에는 우리 도 특성을 반영한 ‘전남형 고독사 위험 판단기준’을 만들어 생애 주기별 위험 신호를 한층 더 세밀하게 살펴 나갈 계획이다.
또한, AI 등 스마트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우리 도는 올해 행정안전부의 ‘읍면동 스마트 복지·안전 서비스’ 공모에서 전국 최다인 9개 시군이 선정되며 기술 기반 돌봄의 기반을 마련했다. AI 돌봄기기, 자동 안부전화, IoT 센서 등을 활용해 사람이 돌보기 어려운 야간·심야 시간대까지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순천에서는 AI 안부전화가 60대 독거 어르신의 이상 반응을 감지해 즉시 알렸고, 담당자가 신속히 방문해 위급한 상황의 어르신을 구조한 일이 있었다. 작은 기술 하나가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킨 순간이었다.
또한 보건복지부 ‘스마트 사회서비스’ 공모에서 전국 유일하게 선정돼, 독거 어르신께 AI 반려로봇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반려견 로봇은 말벗뿐만 아니라 약 복용 알림, 생활 패턴 체크, 건강 상태 확인, 응급 시 119 자동 연계까지 수행하며 어르신들의 생활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해당 사업장인 목포시 상동 현장을 찾아갔을 때 AI 반려로봇에 머리핀을 꽂아주거나 작은 옷을 입혀주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로봇이 단순한 기계를 넘어 새로운 정서적 동반자가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년에는 AI 반려견 보급사업을 더 확대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운 안전망 ‘이웃연결단’을 활성화한다.
고독사 예방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이웃의 관심이다.
며칠째 불이 꺼진 집, 쌓인 우편물, 사라진 인기척 등 작은 변화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함께 생활하는 이웃이다.
우리 도는 올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마을이장·통장, 복지기동대 등 주민들이 참여하는 2만 4000명 규모의 ‘이웃연결단’을 구성했다. 이웃연결단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안부확인, 말벗 등 활동으로 생활밀착형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발기척 만큼 확실한 안전망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이웃연결단과 협조하여 전 도민을 대상으로 고독사 위험군 실태조사를 하고 예방활동을 강화하여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서로가 서로를 더 살펴야 따뜻하고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과 따뜻한 눈길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소중한 삶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이 된다. 도민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이 더해져, 전남이 ‘고독사 없는 따뜻한 내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2025.12.22 (월) 17: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