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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지 아르플래닛 대표 |
나는 광주에서 공연을 기획하며 여러 차례 무대를 만들었다. 기획, 섭외, 홍보,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 문제는 재능이 아니라 연결이었다. 훌륭한 예술인은 많고 공연을 필요로 하는 기관과 공간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둘이 만나는 과정은 여전히 개인의 인맥, 우연한 기회, 비공식적인 경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에서는 ‘아는 사람’이 기회를 얻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주변을 맴돈다. 청년예술인은 실력을 증명할 기회 자체를 얻기 어렵고, 기관은 적합한 예술인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서로가 필요하지만, 효율적으로 만나는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다.
지원은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구조는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한 번의 공모 선정이 아니라, 다음 기회를 예측할 수 있는 환경.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활동 기록이 쌓이고 그것이 신뢰가 되어 다시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지금 우리 예술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지속의 설계’다. 문제는 이 구조의 부재가 결국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연결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다 보니 예술인은 창작을 넘어 기획과 행정, 계약과 정산, 홍보와 관객 개발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많은 청년예술인이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그 작품을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이어가기 위한 과정을 배울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또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은,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질문을 품어왔다.
예술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은 나를 구조에 대한 고민으로 이끌었다. 단순히 한 번의 무대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 활동이 기록되고 연결되며 다시 기회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현재 예술인과 기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아트플로’를 준비하고 있다. 예술인의 활동 이력이 데이터로 축적되고, 그 기록이 신뢰가 되어 기업과의 협업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려는 시도다. 개인의 인맥이 아니라, 기록과 투명한 정보 위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같은 어려움은 반복될 것이다. 지원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다만 그 지원이 일회성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인의 경력과 경험으로 축적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광주가 가진 문화적 에너지와 자산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직 충분히 연결되고 축적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그 가능성이 구조 속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할 때다. 제작비 지원을 넘어 기획과 행정을 배울 수 있는 멘토링 체계, 협업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 활동 이력을 연결하는 디지털 기반. 이런 요소들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예술은 ‘가능성’이 아니라 ‘지속’이 된다. 예술은 지원으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은 구조 위에서 완성된다. 이제는 그 구조를 함께 설계할 시간이라 생각한다.
2026.02.20 (금) 17: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