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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양현 광주청년센터 주임 |
지방 청년정책이 비슷해졌다는 사실은 더 이상 숨길 수도, 인정을 미룰 수도 없다. 취업 프로그램, 임대주택, 창업지원, 심리상담, 문화 프로그램까지 거의 모든 지자체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겉으로 보기엔 ‘균형 발전’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정체성이 옅어지고, 지역 청년의 독특한 삶을 담아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드러난다. 광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정책이 나쁜 게 아니라, 정책이 청년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요즘 청년은 단순하게 집이나 직장을 따라 지역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속도에 맞춰서 도시를 고른다. 일과 여가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 인간관계를 넓힐지 좁힐지, 기술 발전을 얼마나 활용하며 살지 같은 기준이 도시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청년에게 도시는 생계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취향의 무대이고, 공공 서비스는 ‘지원’이라기보다 하나의 ‘생활 인프라’에 가깝다. 그러니 도시가 이러한 생활 구조를 보지 못하면, 아무리 사업을 늘려도 체감도는 오히려 낮아진다.
광주 청년층이 다시 떠나는 공통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조건 주거와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문화적 밀도, 일과 삶의 즉시 전환성, 커뮤니티 경험, 이동성과 주거 안정성이 하나의 연결성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도시에서 내 삶을 설계할 수 있을까?’라는 청년 질문에 광주가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실행은 조금 용기가 필요한 방향이다. 청년정책의 추진 방식을 ‘프로그램 제공’에서 ‘생활 구조 구축’으로 옮기는 것. 대도시 모델을 뒤쫓는 정책이 아니라, 광주에서만 가능한 생활권 기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첫째 청년정책을 부서별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권으로 다시 묶어야 한다. 광주에는 집은 북구, 일은 서구, 여가는 동구에 있는 청년이 많다. 기존 정책은 시·구·센터별로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이동의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 주거·교통·일자리·심리건강·문화·커뮤니티를 ‘개별 사업’이 아닌 하나의 ‘생활 단위’로 읽어내고, 그 속에서 정책 흐름을 재설계해야 한다. 바우처 하나, 상담 한 번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둘째 청년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중심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청년 의견수렴이 공청회나 설문에서 끝나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예산의 일부를 청년이 직접 결정하고, 청년 공간의 운영을 청년단체·로컬 창작자·지역 커뮤니티가 맡으며, 시정의 주요 어젠다 속에 청년의 자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의 20~30대는 행정이 참여를 요청한다고 움직이는 세대가 아니라, ‘함께 운영할 틀’이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참여의 의미를 느낀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도시에는 청년이 자연스럽게 오래 머문다.
셋째 광주의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한 ‘로컬 기반의 생활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대규모의 종합극장 같은 인프라도 필요하지만. 재능을 연결해 주는 공간, 크고 작은 창작을 시도할 수 있는 스튜디오, 로컬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무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 같은 생활 중심의 문화공간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공간들은 행정이 직접 운영할 때보다 시민과 창작자가 주체가 될 때 애정과 유연성을 가지며 더 오래 지속된다. 광주는 예향의 도시로서 생활문화와 청년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키워가는 방향이야말로 청년이 체감하는 도시 매력도를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결국 대도시형 청년정책보다는 지역에 맞는 청년 친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광주는 서울이 될 필요도, 다른 도시를 모방할 이유도 없다. 광주에 사는 청년의 삶을 가장 먼저 이해하는 도시, 그 삶을 중심으로 정책을 디자인하는 도시가 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다.
청년이 도시를 떠난다는 것은 다가올 미래가 빠져나간다는 뜻이고, 청년이 돌아온다는 것은 도시가 미래를 회복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삶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2026.01.14 (수) 1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