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러나 ‘백년’이라는 이름과 달리 생존은 하루 단위로 흔들린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는 오르고 소비는 위축되면서 경영 악화를 실감하고 있다. 오래 버텨온 곳일수록 설비는 낡고 인력은 고령화됐으며,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이 지점에서 일본의 ‘시니세(老鋪)’를 떠올릴 만하다. 시니세는 단순히 오래된 가게를 뜻하는 표현이 아닌 전통을 지키되 시대에 맞춰 경영을 조정하고, 필요하면 혈연을 넘어 적임자에게 가업을 잇는 문화까지 포함한다. 13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와 기네스북에 등재된 숙박 시설 ‘게이운칸(慶雲館)’도 그 중 하나다. 장수는 세월이 쌓여 저절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닌, 위기 때마다 혁신을 반복해온 설계의 산물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아직 상징에 머무는 측면이 크다. 백년가게로 지정되면 현판과 홍보 지원이 뒤따르지만, 구조적 비용 부담까지 감당해주지는 못한다. ‘선정’ 이후의 생존은 개별 점포의 몫이다.
전통은 보호의 대상이자 혁신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장수 기업을 문화 자산으로 인식하고, 금융·세제·승계 제도까지 연계해 ‘지속’을 제도화할 때 비로소 세월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광주의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 역시 마찬가지다. 인증을 넘어 경영 안정 자금, 원자재 공동 구매, 임대료 완화, 후계 육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오래된 가게를 기념하는 데서 멈춘다면 ‘백년’은 브랜드에 그칠 뿐이다.
도시의 깊이는 최신 상권만이 아닌 오래된 가게의 나무 의자와 손때 묻은 작업대, 그 안에 축적된 시간에서 비롯된다. 그 시간을 지켜내는 일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우리의 골목들이 ‘백년’을 말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이름이 아니라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다.
2026.02.25 (수) 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