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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의 상처를 온몸으로 통과한 화가와 풍경을 쓰되 풍경에 머물지 않고, 절집의 내력과 민초들의 삶과 불교의 사유를 한데 엮어낸 필자가 의기투합해 풍광 좋은 절집을 둘러보는 기행이 아니라, 상처 입은 시대를 통과한 몸과 마음이 산사에서 무엇을 만나고 어떻게 변하는가를 묻는 기록을 한데 묶었다. 주인공은 광주 언론판에 실력있는 글쟁이로 널리 알려진 한송주씨와 민중 지향을 쉼없이 추구해온 이상호 화가가 그들이다. 이들은 월간 ‘전라도닷컴’에 연재된 사찰기행 ‘저절로’를 최근 출간했다.
‘산사, 서른 개의 화두’라는 부제를 단 이 사찰기행에는 광주 증심사에서 시작해 장흥 보림사, 화순 쌍봉사, 여수 향일암, 김제 금산사, 고창 선운사, 구례 화엄사, 부안 내소사, 나주 불회사, 남원 실상사, 강진 백련사, 익산 미륵사지, 순천 선암사, 장성 백양사, 진안 탑사, 화순 운주사, 영암 도갑사, 부안 개암사, 곡성 태안사, 강진 무위사, 완주 화암사, 영광 불갑사, 구례 사성암, 광주 원효사, 순창 강천사, 해남 대흥사, 순천 송광사, 광주 선덕사, 해남 미황사, 광양 옥룡사지까지 망라됐다.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발문을 통해 “기다리는 미학이 아니라 떠나가는 미학”이라며 “(이 책의 사찰들을) 신체와 영혼이 서로에게 자유가 되는 경험이 켜켜이 쌓인 장소들”로 읽는다. 한송주의 사찰기행은 독자를 불교 경전의 상징 세계 안쪽으로 데려가면서도, 선재동자의 순례처럼 사람과 삶 속에서 선지식을 만나는 길을 보여준다. 이 세계에서는 관음이나 문수 같은 보살뿐 아니라 뱃사람, 거리의 여인, 어린아이까지도 선지식이 된다. 사찰은 박제된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감로법우가 내리는 장소로 다시 살아난다. 이 텍스트 위에서 이상호의 그림은 글에 종속되지 않는다. 미술평론가 김종길씨가 말하듯, 두 사람의 작업은 “글과 그림이 서로를 품어 안으며 이룬 탁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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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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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포스터 |
이 사찰기행은 절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읽는 한 권의 현장 보고서이자, 국가폭력 이후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더 넓은 생명 감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증언이다. 절집은 멀리 떨어진 성역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장소라는 것. ‘저절로’는 그 사실을 서른 번의 순례와 90여 점의 그림으로 증명한다.
한송주씨는 신문기자로 40여 년 근무하면서 주로 사찰과 농어촌을 취재했으며, 순천 송광사에서 10여 년 사보 편집장으로 일했으며, ‘천년가람’을 비롯해 ‘그리운 사람은 남행을 꿈꾼다’, ‘역사와 함께 노래와 함께’, ‘송광사 16국사’, ‘혜심 선문 염송 엿보기’ 등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현재 전라도닷컴 대기자로 일하고 있다.
| 이상호 작 '실상사 약사여래' |
| 이상호 작 '운주사 돌부처' |
한편 출판기념회가 4월1일 오후 6시 광주 ‘오월미술관’에서 열리며, 책 속에 담긴 이상호 화가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 ‘저절로’ 전시가 4월1일부터 30일까지 오월미술관에서 이어진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3.30 (월) 17: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