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골목에서 묻는 통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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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골목에서 묻는 통합의 의미

김은지 산업부 기자

김은지 산업부 기자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최초의 행정통합 메가시티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이끌 초대 지도부와 광역의회도 진용을 갖췄다. 서울에 준하는 위상과 320만 명의 인구,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정 특례를 쥐게 된 만큼 지역 정·관가는 첨단산업 유치와 압도적 성장이라는 청사진을 연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발전 전략 이면의 서민 경제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새로 출범할 통합정부가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곳은 거창한 청사나 행정 구역 개편이 아니다. 당장 생계 위기에 내몰린 지역 소상공인들의 현장이다.

최근의 서민 경제 지표들은 지역 자영업계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외식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골목상권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고,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영세 업소는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중심 번화가조차 활력을 잃은 모습이 완연하다.

더 큰 문제는 소상공인들이 버텨낼 기초 체력마저 소진되었다는 점이다. 매출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임대료, 최근 개편된 공공요금 체계까지 겹치며 고정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출로 숨통을 연명하던 서민들이 엔데믹 이후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 국면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파산을 선택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는 이유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간신히 지나온 이들이 정작 일상 회복 단계에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오는 7월 1일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직면한 실질적인 성적표다. 초광역 행정통합이 가져올 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등 신산업 육성도 장기적으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기업 유치나 낙수효과가 골목길 바닥까지 스며들기에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 매달 돌아오는 고정비와 채무 압박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에게 수년 뒤의 첨단도시 계획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새로운 통합특별시는 거대해진 체급에 걸맞게 서민 경제의 실질적인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한다. 특별법 통과로 확보한 행정·재정적 권한과 균형발전기금을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는 정책에 과감하게 투입해야 할 때다. 공공요금 감면 특례를 신설해 전력 다소비 업종의 부담을 덜어주고, 도시의 소비력과 농어촌의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상생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

행정 구역의 결합이 단순한 조직의 비대화나 거대 담론의 독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320만 메가시티의 성공 여부는 복합쇼핑몰의 개수나 화려한 외형적 지표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가계부를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이끌어갈 이들이 증명해야 할 첫 번째 ‘지역 주도 성장’은 다름 아닌, 우리 동네 골목상권의 온기를 되살리는 일이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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