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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훈 약샘한의원장 |
이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요즘 10대들이 혐오 표현을 소비하는 ‘방식’과 ‘심리’를 들여다 봐야 한다. 전문가들과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현재 청소년들의 이른바 ‘일베 밈(meme)’ 사용은 과거 성인 이용자들이 가졌던 강고한 정치적·지역주의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아이들에게 이것은 사상이 아니라 ‘유희’이자 ‘놀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난 10대들은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이며, 금기를 깨는 것’을 쫓는다. 학교나 가정, 사회가 “절대 쓰면 안 된다”고 엄격하게 규정한 단어일수록, 또래 집단 사이에서는 금기를 파괴하는 쾌감과 비밀스러운 소속감을 주는 유행어로 둔갑하기 쉽다. 단어의 진짜 유래나 그것이 품고 있는 역사적 무게감, 피해자들의 고통을 전혀 모른 채, 그저 ‘디지털 세계의 유행어’로 가볍게 뱉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라는 공간 역시 이 거대한 디지털 알고리즘의 영향권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실제로 광주 학교 현장에서도 또래끼리 장난을 치며 온라인에서 배운 비하 단어나 5·18 왜곡 표현을 무심코 사용했다가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없을까 싶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과 부모를 모욕하는 언어인 줄도 모르고 앵무새처럼 따라 하다가, 나중에야 그 맥락을 인지하고 깊은 충격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역사적 사실’을 넘어선 ‘공감과 연대의 서사 교육’으로의 전환해야 한다.
광주는 전국에서 가장 체계적인 5·18 역사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짜 뉴스가 정교해지는 시대에는 단순히 ‘5·18은 민주화운동이다’라는 당위적 사실을 암기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역사적 사건을 당시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로 접근해야 한다. 주먹밥을 나누던 공동체 정신,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 등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연대의 서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밈으로 소비되던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사회적 흉터임을 가슴으로 깨달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혐오 표현을 부끄러운 행동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멈추게 된다.
둘째,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의무화다.
10대들이 혐오 문화를 접하는 주 통로는 학교가 아닌 스마트폰 속 알고리즘이다. 따라서 편향된 정보의 바다에서 유해한 콘텐츠를 스스로 걸러내는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 내에 더욱 촘촘히 배치해야 한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으로 조작된 가짜 뉴스의 메커니즘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플랫폼의 상업주의적 속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줘야 한다. “왜 이 영상이 나에게 추천됐을까?”를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오염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역 패스다.
셋째, 처벌 대신 성찰을 유도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정착이다.
교실 내에서 혐오 발언이나 지역 비하 표현이 적발되었을 때, 단순한 징계나 처벌 위주의 대응은 오히려 아이들의 반발심과 음성적 결속을 키울 뿐이다.
학교 공동체 내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대안이 돼야 한다. 자신이 뱉은 말이 왜 잘못됐는지 친구들과 직접 토론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가 가진 강점인 민주시민 교육의 인프라를 활용해, 교실을 혐오의 배출구가 아닌 성숙한 민주주의의 연습장으로 기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광주 학생들은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진정한 대답은, 아이들의 흔들림을 타박하는 대신 그들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단단한 이정표를 세워주는 어른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 구체적인 교육적 처방과 다정한 단호함으로 무장한 교실이 존재하는 한, 광주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세상의 거센 탁류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가장 따뜻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것이다. 광주의 교실은 여전히 희망을 길어 올리는 가장 단단한 보루다.
임규훈 gn@gwangnam.co.kr
임규훈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7.15 (수) 16: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