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성욱 목포농협 용해지점장 |
이번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하나의 공동체로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나아가 지역의 생존을 넘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사실 광주와 전남은 오랫동안 하나의 생활권이자 운명공동체였다.
전남도청이 광주에 자리하던 시절, 행정과 경제, 교육과 문화의 중심은 광주였고, 전남은 그 기반을 이루며 함께 성장해 왔다. 전남의 농민들은 광주의 시장에서 땀의 결실을 나눴고, 전남의 청년들은 광주에서 배우고 꿈을 키웠다. 광주의 발전은 곧 전남의 발전이었고, 전남의 성장은 광주의 성장과 맞닿아 있었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행정적으로는 분리됐지만 사람들의 삶과 정서까지 나뉘지는 않았다. 특히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 속에서 광주와 전남은 함께 울고 함께 싸우며 역사를 만들어 왔다. 광주의 아픔은 전남의 아픔이었고, 전남의 희망은 광주의 희망이었다.
그렇게 40여년의 시간을 지나 광주와 전남은 다시 하나의 미래를 설계하게 됐다.
그러나 통합의 성공을 자축하기에 앞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 바로 전남이 오랜 세월 지켜온 농도의 정체성이다.
광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과 첨단산업의 메카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 교육과 연구 역량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통합특별시의 경쟁력이 도시의 성장동력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 전남의 농업과 농촌 역시 특별시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전남은 대한민국 최대의 농업생산지이다. 넓은 들녘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으며, 농업인들의 땀방울은 국가 식량안보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은 결코 저절로 차려지지 않는다. 새벽 어둠을 뚫고 논과 밭으로 향하는 농업인의 발걸음, 폭염과 한파, 태풍과 가뭄을 견디며 생명을 길러낸 숭고한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산업이며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전략산업이다. 첨단 기술과 에너지는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식량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는 나라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이며, 농업은 국가 존립의 근간이다.
농업이 지닌 가치는 경제적 생산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농촌은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고 국토의 균형을 유지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홍수와 가뭄을 완화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도 수행한다. 농업이 무너지면 단순히 농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와 국가의 지속가능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이 때문에 통합특별시의 출범을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마음에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존재한다. 도시 중심의 정책과 예산 배분 속에서 농업과 농촌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이에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의 첫 시장에게 몇 가지를 간곡히 당부드리고자 한다.
첫째, 특별시의 미래 비전 속에 농업을 핵심 가치로 담아야 한다. 농업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업·농촌 특별발전계획을 수립해 통합 이후에도 농업 분야의 투자와 지원이 축소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청년농 육성정책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찾고 정착할 수 있도록 농지와 주거, 창업과 교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젊은 피가 도는 농촌만이 지속가능하며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농촌의 정주여건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의료와 복지, 문화와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농업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업인의 목소리가 정책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농업정책협의체와 같은 상설 참여기구를 운영해 농정의 주체가 행정이 아닌 농업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40년 만의 재결합이 진정한 성공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광주의 도심 불빛만큼 전남의 들녘도 풍요로워야 한다. 첨단산업도시와 농업수도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을 지키는 일은 결코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오늘 농업을 살리는 것은 내일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것이며, 오늘 농촌을 살리는 것은 다음 세대의 희망을 지키는 일이다.
새로운 특별시의 성공은 화려한 도시의 불빛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논과 밭을 지키는 농업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날 때, 그때 비로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대한민국이 부러워하는 진정한 통합도시로 우뚝 설 것이다.
정성욱 gn@gwangnam.co.kr 정성욱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8.03 (월) 12: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