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에서 ‘꼼꼼하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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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시론

‘빨리 빨리’에서 ‘꼼꼼하게’로

이은방 광주시의회 의장

언제까지 우리는 안전 불감증, 재난 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온 국민의 가슴을 저리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2년이 넘었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까지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지만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끊이지 않고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지난 13일 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로 승객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추돌사고도 아닌 상황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왜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났을까. 사고가 났을 때 비상 탈출구를 찾기도 어려운데다 비상망치를 못 찾아서란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버스를 포함한 정원 16인 이상의 자동차는 차체 왼쪽 뒤편에 쉽게 열 수 있는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일정 크기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는 경우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예외규정 때문에 버스 제조업체는 돈이 많이 드는 비상구를 만들지 않게 되었다. 선진국에서는 버스가 전복될 경우에 대비해 천장에도 비상 탈출구를 만들고 운전자의 피로를 염려해 보조 운전자를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후에 정부는 비상망치에 형광띠를 두르고 탈출구 설치를 의무화해 안전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은 어찌할 것인가. 독소조항은 없애고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는 모든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지난 7월말 우리 지역에서 폭염 속 통학버스에 방치됐던 아이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른들이 경각심을 갖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한 또 다른 세림이가 생겨나고 우리 주변에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광주시와 시교육청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잘 살펴봐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경주 강진과 태풍 ‘차바’ 등 연이은 재해에도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은 사라지지 않고 재난 시스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 경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 지진에 온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미흡하고 신뢰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진 당시 국민안전처는 발생 9분 뒤에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고, 안전처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지진대응 매뉴얼도 기관이나 지자체가 재량껏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있으나마나다. 건축물 내진설계도 불안한 상황이다. 국토부의 전국 지자체별 내진설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내진설계가 된 건축물은 6.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도 대상 건축물 중 40%만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민간업체의 부실 안전진단은 수년간 1000여건에 이르고 내진성능평가 대상인 시설물은 방치되고 있다,

우리 광주전남지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 관측 이래 규모 2.0이상의 지진이 총 100여 차례 발생한데다 지난 10월에 동구에서 올해 첫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는 2.2로 작은 편이었지만 안전지대는 없다는 생각으로 내진력 강화, 지진측정장비 설치, 안전매뉴얼 수립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또한, 이례적인 10월 태풍, ‘차바’가 매섭게 할퀴고 간 자리에는 조망권을 위해 방수벽을 낮춘 안전 불감증, ‘선(先)보고 후(後)조치’ 관행에 빠진 행정조직의 안이한 대처, 미비한 경보시스템 등 많은 숙제가 남게 되었다.

다시는 이러한 안전 불감증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를 믿지 못해 지진대비 물품이나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는 등 각자도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빨리 빨리’ 문화에서 ‘꼼꼼하게’ 안전을 챙기는 문화로, 미비한 법과 제도는 선제적으로 보완하고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의회도 수시로 현장을 둘러보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없는지 자세히 살피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수년간 우리 지역에서는 크나큰 재난재해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역으로 안전 불감증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시설물이 밀집해 있는 우리시는 재난과 안전사고 요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경각심을 갖고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법규를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안전 불감증은 우리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광주는 국제안전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국제안전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 각종 위기대응 매뉴얼은 물론이고. 안전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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