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헌재의 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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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시론]헌재의 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을 환영한다

배호남 초당대 교수·문학박사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를 기각했다. 합헌의견 5명에 위헌의견 4명이라는 팽팽한 대립을 통해 이루어진 결정이다.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2017년 폐지 예정에서 4년 더 유예해 2021년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후로 지루하게 이어지던 논쟁에 종지부가 찍혔다. 이로서 사법시험은 2018년부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사법시험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법시험이 권력의 사유화를 부추기고 용인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설되기 전 한국사회에서 법조인(판사, 검사, 변호사)이 되는 유일한 길은 사법시험 뿐이었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력이 오로지 정부에서 시행하는 고시를 통해 등용된다는 것은 지나친 획일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획일화의 함정은 바로 권력의 사유화다. 검찰과 사법부, 변호사가 모두 한 가족 한 통속처럼 움직일 때, 법정에서 정의는 사라지고 오로지 학연과 인맥과 연줄과 금전만이 횡행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잘못된 관행으로 선배 검사나 판사가 퇴임 후 변호사가 돼 판결에 결정적인 외압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전관예우’라는 진흙탕 관행을 로펌들은 막대한 돈을 주고 산다. 판검사 출신의 총리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로 인한 과도한 변호사 수임료는 매번 떠오르는 식상한 메뉴다.

특히 올해 들어 터진 굵직한 사법비리 몇 건을 살펴보자. 정운호 네이처리버플릭 대표가 해외원정도박 건 무마 청탁을 위해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에게 50억원이라는 막대한 수임료를 줬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법정 구속되자 정운호 대표는 최유정 변호사를 폭행했다. 최 변호사가 정씨를 경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홍만표 변호사와 정씨를 연결시킨 법조 브로커 이민희가 항소심 재판부를 상대로 부적절한 로비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홍만표 변호사는 또 누구인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까지 거친 검찰의 과거 실세로, 퇴임 후 변호사 개업 3년 만에 1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인물이다. 상식적인 변호사 수임료로 그러한 수익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 부적절한 로비를 통해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인 김수천 판사가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들 뿐인가. 현직 검사장인 진경준 검사장은 고등학교 동창인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주식을 양도받아 시세차익을 챙겨 뇌물수수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러니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6%만이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사법부가 부패했다고 여기는 실정이다.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위계 역시 사법시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래 기수가 검찰총장이 되면 선배 기수들이 줄줄이 옷을 벗어야하는 후진국적 코미디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 법조인의 세계가 선후배 기수와 출신지역 및 학교에 따른 줄 세우기에 골몰하게 되면, 그것은 닫힌 시스템으로 퇴행해 버린다. 일반 시민들에게 법정은 사법시험 출신 엘리트들이 서로 지지고 볶고 이권을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로 보인다. 이 폐쇄적인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모두 사법고시 출신이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사시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능성이라 주장한다. 로스쿨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얼마 되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법시험이 공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로스쿨 입학전형이나 학제, 장학제도를 보완하면 될 일이다. 사법시험이 지금껏 한국사회에 가져온 폐해를 없애기 위해 어렵게 결정된 폐지 방향이, 제도적으로 수정 가능한 로스쿨의 결점 때문에 유예되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다. 우리나라의 법조계에 오랜 세월에 걸쳐 무수한 폐단을 가져온 사법시험, 이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헌재의 합리적인 결정을 환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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