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통일·외교·안보 적폐청산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검색 입력폼
광남시론

[광남시론]통일·외교·안보 적폐청산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정영재 광주평화재단 대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훼손과 국정농단을 행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은 당연한 결정이다. 박근혜 파면 결정은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승리이자,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이 다시 한 번 확인 된 역사적 심판이다. 위대한 촛불 시민의 힘으로 한국 민주주의 회복의 새로운 길을 일구어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강조했으며, 박근혜가 헌법과 법률 위배에 대해 국민에게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는 등 헌법수호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선고로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길 바랬다. 그러나 박근혜는 청와대를 나온 직후 탄핵을 인정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 통합을 거부하면서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였다.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다. 탄핵을 둘러싼 논란을 확실히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파면된 박근혜를 비롯해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공범들을 엄정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나는 이번 탄핵을 계기로 해방이후 고착된 분단체제의 새로운 전환이 이루어지길 희망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국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박근혜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적폐청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5·24조치, 금강산관광 중단, 개성공단 폐쇄와 수많은 긴장국면 등 극단의 정책으로 인해 이명박정부 이후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의 적대적관계가 극심해졌고, 급기야 사드 배치 문제로 남북은 물론이고 미·중간의 패권다툼 속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꼴이 되어버렸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단상황을 악용하여 종북몰이를 앞세우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한해 온데다 심지어 수많은 기업을 도산시킨 개성공단 폐쇄결정 마저도 국정농단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도 탄핵심판과정에서 박근혜 측 변호인들이 시종일관 촛불국민을 온통 친북좌파로 몰아가고자 발버둥 치는 모습은 후안무치를 넘어 목불인견의 지경이었다.

이젠 시대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은 남북관계가 정치권력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통해 북한을 반국가 단체 또는 주적으로서보다 교류와 협력 및 궁극적으로 재통합의 대상으로 보는 변화가 절실하다.

해방 이후 냉전 이데올로기와 왜곡된 분단체제가 양산해온 분단사고가 어릴 때부터 증오와 적대감을 키워왔으며, 그로인한 불신사회가 되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모든 법, 헌법 그리고 우리의 의식들이 바꾸어져야 할 때이다.

우리는 여전히 한·미·일 이라는 20세기의 전략적 동맹 관점에만 머물러 있다. 21세기를 맞이해 우리 국민들이 좀 더 많은 번영의 기회를 만들려면 아시아의 평화공존, 번영의 땅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전히 동서 냉전체제의 대립적 구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통일외교가 중요한 때이다

이미 북한에 대한 제재나 압박으로는 북핵 해결에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결국 방법은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 정상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해야 하며, 대화의 틀 내에서 관리 가능한 분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싸워야 하는 상대가 아니며, 고립시켜서 무너뜨리는 대상도 아니다. 서로 싸우지 말고 잘해보자고 지속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다.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에 수많은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통일에 앞서 상호공존을 위한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7·4남북공동선언부터 10·4남북정상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지도자들이 합의해 왔던 자주 평화 상호존중의 정신에 따라 우리가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남북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진보나 보수의 어떠한 냉전적 이데올로기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는 불행했던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민족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은 민족사의 간절한 염원이자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명령이다.

아시아는 지금, 동서 냉전 때처럼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시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인류공영과 평화, 협력의 시대로 갈 것이냐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대립과 갈등의 길을 택한다면 힘의 충돌지점이 될 것이고, 평화의 완충지대가 되도록 한다면 번영의 길이 될 것이다.

박근혜의 확고한 단죄가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다시 열고, 우리사회의 더 좋은 민주주의 실현과 정의실현에 소중한 이바지가 되길 희망한다. 또한 대통령 파면으로 앞당겨진 대통령 선거에서 통합과 시대교체의 능력을 갖춘 민주정권을 수립해야 하고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우리 미래의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며, 이에 우리 모두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