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중국을 통일하게 된 배경에는 진 효공 시기의 명신(名臣) 상앙의 진법이 있었다. 법가 사상가였던 상앙은 법을 엄정히 했다. 나라의 기틀이 단단해졌다. 진시황과 이사가 그 맥을 이어받아 마침내 중국을 통일했다.
진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득권을 누리려는 세력에 의해 법이 무너졌다. 기차는 이전 시대로 다시 돌아갔다. 초의 항우, 한의 유방은 단순히 두 세력의 충돌이 아니었다. 춘추전국시대의 기차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었다. 주 황실이 존재했더라면 춘추전국시대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정치가 늘 실망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정치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그 말이 맞는 말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믿지 않는다. 그 말은 투입은 기가 막힌데, 결과물은 형편없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코피 흘려가며 공부를 했는데, 낙제를 했다는 것과 같다. 물론 방법이 잘못되어 엉뚱한 공부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변명이 안 된다. 시험을 한두 번 치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 번의 시험을 치르고도 여전히 낙제를 하고 있다면, 공부 방법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딱 그 정도의 실력 밖에는 안 되었던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발전해왔다. 먹고살만해진 정도가 아니라 꽤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 그러나 기차는 늘 돌아왔다. 구태(舊態)를 실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도록 멀리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사이에 구태를 가득 실은 기차는 어디 멀리에 짐을 부려놓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 기관사가 가는 길을 몰라서였을까? 길을 모르지 않았다. 누군가 기차를 다시 돌아오게 했을 뿐이다. 기차를 되돌린 사람들은 우리다. 기관사와 기차의 구태 승객들이 준엄한 사회의 명령을 어기고 무단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최장집 교수는 2005년 펴낸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나는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물론 최장집 교수가 지적한 상황은 한국사회의 여러 측면을 두루 살펴본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의 주요 운용 시스템에서 민주성이 별로 확보되지 않고, 기대와는 달리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현재의 정치, 언론, 기업, 법조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평범함 사람이라도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상황을 누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정치가가? 언론인이? 기업가가? 법조 권력이? 그들은 못한다. 그 조직들은 복잡한 사슬관계에 있다. 어느 누구도 중원의 패자가 될 수 없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을 압도적으로 무릎 꿇릴 수 없다. 어느 한 쪽의 힘이 센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독주는 어려운 사회다. 그 힘의 균형이 어그러지는 경우는 어느 한쪽에 국민들의 힘이 실리는 경우다. 1987년과 2016년에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기차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시내를 나설 때마다 교차로에서 그 기차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아니 이미, 싣고 떠났던 구태를 가득 싣고 역에 돌아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끊임없이 신호를 어기고 차들은 지나친다. 신호를 어긴 것은 차가 아니다. 그 안에 탄 국민들이다. 그들이 2016년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는 일상으로 돌아와 ‘장애인복지관’을 설립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애원에 욕설을 퍼붓고, ‘김영란법’이 너무 가혹하니 적당한 뇌물은 통용되게 하자고 하고, 법이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자고 한다. 법을 어기는 것이 인간적이라는 놀라운 논법이 생길 것 같다.
진시황과 이사는 책을 모두 불태우지 않았다. 유학자들을 산 채로 묻지도 않았다. 만리장성 축조 현장에서 죽어간 백성을 수를 들어 잔혹한 폭군이라고 말한다. 진이 중원을 통일하기 전 중국은 전쟁이 멈춘 날이 없었다. 기록을 보면 적게는 수만이 충돌했고, 많게는 1백만 가까운 전력이 맞부딪쳤다. 강산에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대체 어느 것이 더 잔혹한가? 법이 엄정하게 지켜지지 않으면, 잔혹함과 무질서는 기차를 타고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부르는 이가 있어서다. 욕을 하는 것도, 스스로의 삶을 바르게 한 뒤에야 비로소 자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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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 (월) 1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