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기상청은 인생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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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날씨와 기상청은 인생의 동반자"

[광남 초대석]김세원 제23대 광주지방기상청장
32년 재직한 기상청 퇴임 앞둬…기상 국제 교류 분야 전문가
올해 태풍 역대 최다 원인 분석…전남 해양 분야 지원 역점
기상정보 이해·활용도 높여…"퇴임 후 지식·경험 전수를"

김세원 광주지방기상청장이 기상청에 대한 소개와 퇴임을 앞둔 소감을 말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시민들은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혹은 여행을 떠나기 전 날씨 예보를 확인한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는 우산을 챙기고, 추위 예보에는 옷을 껴입는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예보를 토대로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날씨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급변하면서 기상청이 가지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도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의 날씨 예보를 책임지고 있는 광주지방기상청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천재지변에 따른 인명·재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확한 기상 관측, 환경 변화, 특화사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0여 년 동안 기상청에 재직하면서 기상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넓은 스펙트럼을 쌓아온 김세원 광주지방기상청장을 만나 지방기상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점 사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주지방기상청장 취임 1년과 기상청 퇴직을 앞두고 있는 소감은

광주지방기상청장으로 부임한 지는 1년이 채 못 됐지만, 기상청에 몸담은 지는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1980년대 중후반 공군학사장교로 복무를 하고 제대할 무렵, 대부분이 그렇듯 청년기부터 펼쳐나가야 할 인생에 대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이중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길은 기상인으로서의 삶이었다. 공군에서 쌓았던 기상예보장교로서의 경력과 경험을 기상청에서 펼쳐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광주지방기상청으로 취임하기 전 1년 반 동안 제주지방기상청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제주는 날씨 변덕이 심하고 지역차가 심해 예보가 아주 어렵다. 재직 동안 태풍이 1개만 지나가고 그마저도 대처를 잘해 칭찬을 받았고 한 겨울에는 교통대란을 불러일으키는 폭설과 한파도 겪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날씨 운이 좋다’는 농담을 듣곤 했으며, 광주에 부임한 뒤로도 ‘덕분에 재해 없는 한 해를 보낼 수 있겠다’는 농담 섞인 기대를 받았다.

운을 구태여 얘기한 것은 역설적으로 재해를 불러일으키는 위험기상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기상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위험 기상이 닥칠 수 있다는 예측 정보를 생산해 방재유관기관과 국민에게 시의 적절히 전달, 미리 의사 결정을 내려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일은 큰 틀에서 말하는 기상청의 역할이고, 지방청은 현장에서 그 지역에 특화된 예보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기본업무다. 사실 지난 1년간 고민은, 기본업무 말고도 우리 지역 특성에 적합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현장에서 광주지방기상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와 별도로 기상업무는 한국의 관측자료만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협력이 필수 불가결한 분야다. 하지만 공무원의 특성상 한 분야에 장기 근무를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기회가 된다면 15년 이상 실무자, 관리자 등 국제협력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퇴임 이후 후배들에게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올해 유독 광주·전남지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태풍이 많았다. 올해 광주가 겪었던 기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돌이켜보면 더위는 작년 정도가 아니었고, 비도 충분한 정도로 내려줘 다행이다. 다만 태풍이 예년보다 많은 7개나 지나갔는데 그 중 다나스, 링링, 미탁 등 3개의 태풍이 광주·전남에 큰 영향을 줬고 결과적으로는 신안군 흑산면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많은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있었다. 그나마 치명적인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다행 중 하나라 생각한다.

통상 태풍 발생 지역은 북반구 저위도 즉 5도에서 20도(최근에는 20도 이북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음) 사이인데, 연평균 26개가 발생해서 우리나라에는 평균 3개 정도가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올해는 9월에만 3개 태풍이 지나가 1904년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 이후 태풍 개수가 가장 많은 해였다.

가을이 되면 뜨거운 공기가 물러나고 서늘한 공기가 내려오지만, 올해는 가을 문턱에서도 뜨거운 공기덩어리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 내주기를 주저한 것이 원인이었다.

물론 이 초유의 현상을 일으킨 근본원인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일 것이다. 태풍을 먹여 살리는 바다 표면 온도가 늦은 9월에도 필리핀 동쪽해상에서 29도씩이나 유지하고 있다 보니 태풍세력이 약화되지 않고 북상했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는데 이 고기압의 세력이 일본 부근에서 버티고 있다 보니 그 왼편에 있는 한반도는 가을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었던 셈이다.



△폭염, 한파, 집중호우 등 정확한 기후 예측과 예보를 위해 광주지방기상청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구온난화는 예측 불확실성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기후계라는 거대 체계를 뒤흔드는 변화를 야기해 우리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현상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전통적인 관측망만으로는 좀처럼 포착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매우 좁은 지역에 국한해서 짧은 시간에 내리는 집중호우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즉 시간과 공간별로 편차가 큰 날씨 현상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지방기상청은 기후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날씨 현상별 패턴을 분석하고 이 지역의 지리적인 영향 요소 등을 반영한 지역 예보, 즉 기상현상별 국지 예보기법 개발 등 지역 예보기술연구에 힘쓰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에서 올해 중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가.

올해는 특히 해양 분야 지원에 역점을 뒀다. 전남은 전국 섬의 65%를 차지하고 항로와 여객선 수 또한 전국의 50% 이상으로, 해양과 관련된 경제활동과 관광산업의 거점 지역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에 맞춰 광주기상청이 운영하는 해상 예·특보 체계에 변화를 줬다. 해당 도서민의 편익을 고려한 서해남부먼바다의 예·특보구역의 세분화를 시행했다. 해양관광 융합기상서비스도 개발했고 해상 현장의 교통안전을 위한 해양시정 관측망 구축사업도 추진했다.

갯벌·전복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 완료했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섬 여행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승선체감지수, 섬 여행 기상지수와 같은 해양관광 융합기상정보를 전남도와 함께 개발했다. 내년 초부터는 전남도의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특히 전국 최초로 해무로 인한 해상 선박사고 발생의 위험률을 낮추기 위해서 선박 통행량이 많은 전남 주요 항로를 중심으로 해양시정관측망을 구축했다. 목포 10대, 완도 6대 등 총 25대의 시정관측망을 설치했고, 시험운영을 거쳐 2020년부터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해무 실황감시 뿐만 아니라 기상청의 해무 예측력 향상에도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 참여·소통에도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와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광주지방기상청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이상기후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기상정보의 이해와 활용도를 높이고자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주인공인 초등학생들에게 기상기후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골든벨 형식의 퀴즈대회를 지난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고, 타 지방청에서도 벤치마킹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날씨제보는 개개인이 보유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상현상을 국민이 직접 문자, 사진, 동영상으로 제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앱인데 가을철에 발생하는 짙은 안개, 황사, 첫 서리 등 생활과 밀접한 주요 기상현상을 실시간으로 제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상청에서는 관측장비가 설치된 지점 이외 지역의 기상현상도 추가로 확보하게 돼 보다 상세한 기상실황 감시와 날씨예보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위험기상을 줄이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로 노력하고 있으나,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그 효과가 미비할 것이다.

한파와 대설 등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예방하고,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매일 발표되는 새로운 기상예보와 특보,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역민들이 지금과 같이 기상청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및 날씨제보에 관심을 갖고 호응한다면 보다 나은 기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세원 광주지방기상청장은

△1988년 기상청 공무원 최초임용

△2002~2007년 세계기상기구(WMO)

△2010~2011년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정책연구과장

△2015~2016년 기상청 기후과학국 기후변화감시과장

△2016~2017년 제주지방기상청장

△2017~2018년 기상청 기상서비스진흥국 국가기후데이터센터장

△2018년 6월~2018.12월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2019년 1월~ 광주지방기상청장
최성국 기자 stare8194@gwangnam.co.kr        최성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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