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문화로 든든한 ‘빽’이 돼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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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민들에게 문화로 든든한 ‘빽’이 돼 줄래요"

푸른연극마을 전용극장 새 ‘씨어터 연바람’ 가보니
복합예술공간 ‘예술이 빽그라운드’ 함께 운영
24~28일 대인동 극장서 ‘고백’ 개관 무대도

동구 대인동으로 이전한 ‘씨어터 연바람’.
광주 동구 대인동으로 자리를 옮긴 극장 ‘씨어터 연바람’이 복합예술공간으로 이달 하순 새롭게 문을 연다.

연극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아트 스페이스로, 예술로써 사회에 위로와 치유를 주고 싶다는 극단 푸른연극마을의 바람과 포부가 담긴 곳이다.

올해 창단 30년을 맞은 푸른연극마을(대표 이당금)의 전용극장 ‘씨어터 연바람’은 지난 2월 동구 대인동 32-10으로 터전을 옮기고 새 단장에 나섰다. 그 뒤 3개월간 건물 청소부터 페인트칠, 장비 설치까지 15명 단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이뤄진 공간은 각각 68평 규모로, 소극장과 대기실, 아트 스페이스 등으로 이뤄진다.

지상에 자리할 아트 스페이스의 이름은 ‘예술이 빽그라운드’. 문화예술로써 시민들에게 든든한 ‘빽’이 돼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예술이 빽그라운드’는 전시, 교육, 미니콘서트, 인문학 강의 등 지역 예술인을 비롯한 시민들을 위한 오픈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된다. 이전에도 극장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 시민들과 예술가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극단의 오랜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씨어터 연바람 소극장의 객석 모습.
이전한 공연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배우들.
지하 1층의 소극장은 40여 평으로 80석까지 수용 가능하다. 프로젝트기를 설치해 영상 활용도를 높이고, 아날로그 타입과 LED 조명기를 혼용 설치해 무대 조명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를 더했다. 무대와 객석을 가깝게 만들어 관객과 호흡하는 소극장의 묘미도 더욱 살렸다.

극단의 공간 이전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1993년 창단한 푸른연극마을은 1996년 동명동 예람소극장에서 민간소극장운동을 시작했다. 2000년 옛 인재아트빌딩 지하 1층으로 장소를 바꿔 활동을 이어나가다 2004년에 보성공연예술촌으로 무대를 옮겼으며, 2014년 동구 장동 옛 인재아트빌딩 1층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세월호로 문화예술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3년 정도 고전을 면치 못하던 극단은 2017년 1월 동명동 아트팰리스 지하에 둥지를 틀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2년여 간 극장 문을 닫다시피 했다. 그리고 산전수전 끝에 새로 찾은 곳이 이번에 옮긴 대인동 자리다.

어려운 시기에 또 다시 극장을 운영한다는 것에 고민도 깊었다. 팬데믹 이후 예술이 설 자리는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됐다고 만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당금 대표를 포함한 극단 단원들에게는 지역에서 극장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지난 수년간 5번의 임대 계약과 재정적 어려움을 헤치며 극장의 생명력을 이어온 것도 연극을 향한 남다른 의지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단원들 모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전투적인 자세로 임했다”며 “힘들고 어려워도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안 할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사람들이 살면서 힘들고 외롭고 위로가 필요할 때 가까운 곳에 예술이 있기를 바란다”며 “물질보다 중요한 삶의 기쁨과 풍요는 연극이 채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소극장 바닥에 페인트칠을 하는 단원들의 모습.
극장 입구 복도에 한희원 작가가 그린 극장 이전 축하 그림.
대인동은 푸른연극마을만큼이나 역사가 깊은 곳이다. 한때 광주의 중심지 중 하나였지만 전남도청의 이전과 상권 변화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 새 극장이 자리한 골목에는 복합문화시설 ‘김냇과’가 있고, 길을 건너면 금남로와 도청, 대인시장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낮에는 직장인들이 바쁘게 지나다니고 저녁에는 멋지게 빼입은 어르신들을 볼 수 있어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니어 스트리트’라고도 불린다.

이 대표는 “극장 이전과 함께 앞으로 대인동 일대가 새로운 문화예술 구역으로 형성되고 부흥하길 바라는 마음들이 많다”며 “당장 6~7월에 개관 기념 콘서트를 열고 연극 페스티벌과 다양한 기획 공연도 잇따라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푸른연극마을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연극 ‘고백, 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를 개관 후 첫 작품으로 선보인다.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80년 5월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두 남자의 고백을 통해 그날의 아픔과 민주 항쟁의 의미를 되새길 작정이다.
푸른연극마을의 전용극장 ‘씨어터 연바람’이 새 둥지를 튼 만큼 오랜 역사에 걸맞게 광주 연극의 활성화를 견인해 가는 중추로서 역할을 다하며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연극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민빈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푸른연극마을의 전용극장 ‘씨어터 연바람’이 새 둥지를 튼 만큼 오랜 역사에 걸맞게 광주 연극의 활성화를 견인해 가는 중추로서 역할을 다하며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연극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민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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