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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는 최근 의대증원 이후 전공의 이탈에 따른 필수 의료 붕괴의 상징적 현상으로 부각됐으나, 사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의료 사각의 한 단면이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8월20일까지 119 구급대로 환자가 이송됐으나 병원의 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사례는 3597건에 달했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1433건(39.8%)으로 가장 많았다. 119 구급대 재이송 10건 중 4건이 환자를 치료해줄 전문의가 없어서 발생한 셈이다.
‘기타’가 960건(26.7%)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고 ‘병상 부족’ 509건(14.2%), ‘1차 응급처치를 했기 때문’ 493건(13.7%), ‘환자 또는 보호자의 변심’ 118건(3.3%), ‘의료비 고장’ 47건(1.3%), 주취자 37(1%) 순으로 나타났다.
병상 부족(509건)의 구체적 원인은 응급실 부족이 340건으로 가장 많았고 입원실 부족 103건, 중환자실 부족 66건 등이다.
특이한 점은 응급실 재이송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경기, 서울 등 수도권이 가장 많다는 점이다. 올해 경기에서 637건, 서울 508건, 인천 244건으로 집계돼 수도권에서 발생한 구급대 재이송이 전체의 38.6%를 차지했다. 인구 당 의사·병상 수가 가장 많은 지역에서 재이송률이 높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는 의료기관 간 정보가 상호 교류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다.
재이송의 주요 원인인 응급실 과밀화를 살펴보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환자 중 경증·비응급 환자가 46.6%를 차지했고 서울 ‘빅5’ 병원조차 37.3%에 달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답하는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우리나라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넘쳐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병상을 짓고 아무리 많은 의사를 배출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의료기관 간 소통 부재를 막는 것도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광주시가 응급의료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응급의료지원단’을 운영키로 한 것은 좋은 시도라고 할 것이다.
응급의료지원단은 지역 21개 응급실을 하나의 병원처럼 자원과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함으로써 응급환자 이송에 따른 혼란을 사전에 예방하게 된다. 광주시는 앞서 지난 6월 공모를 통해 응급의료 전문인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남대학교병원을 수탁기관으로 선정했다.
지원단은 광주지역 응급의료 자원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광주형 응급환자 이송지침을 마련,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 21개 응급실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소방을 포함한 유관기관이 적극 참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21개의 응급실이 하나의 병원처럼 자원과 정보를 공유하며, 중증 응급환자가 최적의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응급의료지원단 운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응급실 내 환자를 경중으로 분리해 이동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응급실이 찰 경우 병원은 응급실의 경증환자 병상을 비워서 위급한 중증환자를 수용해야 하는데, 환자·보호자가 의료진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제도가 없으면 무의미하다. 의료진이 경증이라 판단해도 환자 개인은 중증으로 여길 수 있고, 응급이나 위중한 환자에게만 적용해야 하는 ‘진료 거부 금지의 원칙’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칫 법적 공방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응급실 뺑뺑이 해결책은 의료기관 간 응급실 정보를 투명하게 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여균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